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는 90년 이탈리아대회이후 12년만에 최악의 골 흉작이 기록된 대회로 남게 됐다. 준결승까지 62경기를 치른 28일 현재 모두 154골(자살골 3골 포함)이 터져 경기당 평균 2.48골을 기록하는 빈약한 득점력을 보였다. 이는 지난 대회까지 16번의 월드컵을 치르는 동안 역대 최저골 대회로 기록된 90년 대회 때의 2.21골(52경기 115골)을 조금 앞서는 수치다. 64경기에서 171골이 터져 경기당 평균 2.67골을 기록했던 98년 프랑스대회와 비교할 때 급격한 하락세가 눈에 띄었고, 가장 많은 골이 터진 54년 스위스대회의 5.43골과는 비교 자체가 무색하다. 90년 대회에서 급격하게 떨어졌던 득점력이 94년 미국대회에서 2.71골로 급반등했다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는 셈이다. 다행히 역대 최저골의 불명예는 피해갔지만 첨단 과학의 힘으로 반반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공인구 '피버노바'의 등장으로 대량 득점이 쏟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기에 이같은 결과는 조금 당황스럽다. 조별리그 경기를 치르는 동안에는 피버노바 효과가 직접 입증되는 듯 했다. 조별리그 48경기에서 총 130골이 터져 미국 대회 때의 기록과 같은 평균 2.71골이 기록됐지만 16강전부터 골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 준결승까지 14경기에서 24골이 터지는 데 그쳤다. 결승토너먼트 들어서는 경기당 평균 1.71골로 1경기에서 2골이 채 나오지 않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녹다운 방식인 결승토너먼트에 들어서자 '지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이 더해지면서 미드필드와 수비를 대폭 강화하는 방어 위주의 경기를 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가장 재미없었다는 평가를 받은 90년 이탈리아대회 이후 미드필드에서의 압박 싸움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진 대회였다는 점 또한 원인이라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요코하마=연합뉴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