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이변의 주인공은 누굴까.'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세계를 놀라게 하며 4강 신화를 창조한 한국과 터키축구대표팀이 29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3위 자리를 놓고 격돌한다. 터키는 한국전쟁 때 대규모 전투병을 파병한 혈맹이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혹한 법. 3위와 4위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는 히딩크 감독은 또 한번의 승리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고 터키도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하겠다며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역대 전적에서 1무2패로 절대 열세에 놓인 한국은 이 기회에 터키를 넘고 '3강'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다는 각오다. 히딩크 감독은 양팀 모두 6경기를 치르느라 녹초가 돼 있지만 터키보다 하루 더 휴식을 취한 데 주목, 체력전으로 가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지금까지 한 번도 뛰지 않았던 최태욱(안양), 최성용(수원), 현영민(울산) 등을 투입할 공산이 크다. 다음은 놓치지 말아야 할 관전포인트. ◆48년전 대패 설욕할까 역대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양팀이 맞붙었던 것은 단 한번. 한국은 본선 무대를 처음 밟은 1954년 스위스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터키와 한판 승부를 벌였다. 당시 변변한 항공편조차 구하지 못할 만큼 여건이 취약했던 한국대표팀은 천신만고 끝에 스위스에 도착, 첫 경기에서 헝가리에 정신없이 골을 헌납, 역대 최다골차 패배로 기록된 0-9의 참패를 당한 뒤 터키를 맞았으나 역부족이었다. 전반 10분만에 수아트 마마트에 첫 골을 내준 한국은 후반 휘슬이 울릴 때 까지 7골을 허용했고 한 골도 만회하지 못했다. 한국은 61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2번째로 대결했으나 0-1로 패했고 올 3월 스페인전지훈련 기간 열린 평가전에서는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가운데 48년전의 패배를 설욕할 기회를 잡았다. ◆'닮은꼴' 안정환과 하산 샤슈의 대결 이번 대회를 통해 각각 월드스타로 부상한 안정환과 하산 샤슈가 자존심을 걸고골 대결을 벌인다. 26살로 동갑내기인 이들은 이번 월드컵에 혜성처럼 등장, 숨겨뒀던 기량을 맘껏 뽐내며 위기때마다 골을 넣어 2골씩 기록하는 등 돌풍을 주도한 끝에 변방에 불과하던 한국과 터키축구를 세계 중심으로 끌어올린 장본인들. 이들은 또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벗는 황선홍과 사실상 대표선수로는 마지막인 하칸 슈퀴르를 각각 대신할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입지를 굳혔고 체격조건과 플레이스타일도 엇비슷하다. 키는 안정환(177㎝)이 샤슈보다 1㎝ 크지만 몸무게는 71㎏으로 꼭같고 개인기로 상대 문전을 휘젓다 오른발 왼발 가리지 않고 다양한 각도에서 날리는 강력한 슈팅은 둘의 트레이드마크. 국가의 명예도 등에 지고 있는 둘은 더 좋은 조건으로 빅리그에 진출하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누가 승리의 깃발을 높이 들지 지켜볼 일이다. ◆흥미 돋울 '조커' 대결 교체투입된 뒤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고 고비 때 한방을 그물에 꽂는 '해결사'대결도 볼만하다. 한국은 안정환이 부동의 조커였으나 선발로 보직 변경한 뒤 그에 필적할만한 '변속기어'가 나오지 않았으나 이번엔 최태욱과 윤정환이 일을 낼 공산이 크다. 벤치를 지키느라 몸이 근질근질한 최태욱은 오른쪽 날개공격수로 기용되면 빠른 발을 이용, 수비라인을 휘젓는 게 특기인 데 골문 앞에서의 리턴패스로 곧잘 골을 일궈 활약이 기대되고 있고 윤정환 또한 한방의 능력은 갖춘 선수. 1경기 뛸 체력은 비축해 놓은 윤정환은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도 멋진 중거리슛으로 그물을 흔든 기억이 뚜렷하다. 터키는 일한 만시즈라는 확실한 조커가 버티고 있다.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 후반 교체투입돼 기회를 노리다 연장전에서 4분 골든골을 작렬, 영웅이 된 만시즈는 지난해 터키리그에서 21골로 득점 공동선두에 오를 만큼 골결정력이 있는 선수로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도 교체투입돼 상대 수비진을 위협했다. ◆누구의 압박이 더 셀까 한국과 터키가 4강까지 승승장구하고 4강전에서도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미드필드에서의 강한 압박축구가 그 비결이었다. 양팀 모두 세계적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스피드를 내세워 허리에서부터 강력히 압박, 상대의 예봉을 차단하고 기습을 통해 찬스를 얻는 경제축구로 4강의 쾌거를 맛봤다. 브라질이 화려한 개인기를 무기로 무려 16골을 몰아넣고 결승에 오른 반면 한국은 6골, 터키가 7골을 넣고 4강에 오른 것은 압박을 통한 실리축구가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 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어느팀이 압박축구의 교본으로 남게 될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경주=연합뉴스)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