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21세기 첫 월드컵 결승에서 맞붙는 브라질과 독일은 정작 지역예선에서는 탈락 위기에까지 몰리는 동병상련을 겪었다. 브라질은 10개국이 더블리그로 겨룬 남미예선에서 탈락 위기를 딛고 3위로 본선 티켓을 땄고 독일 역시 유럽예선에서 막판 부진으로 직행티켓을 놓친 뒤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에 합류했다. 각각 남미와 유럽을 대표하는 브라질과 독일은 역대 월드컵에서 각각 통산 4회,3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은 팀.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리더니 뉴 밀레니엄들어 추락을 거듭했다. 브라질은 남미예선 기간 대표팀 사령탑이 네 번이나 바뀌고 때마침 축구협회를 둘러싼 비리스캔들 등 외부 악재까지 겹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내렸다. 지역예선에서 칠레와 볼리비아 등 무려 6개팀에 패했고 지난해 월드컵 리허설로 열린 컨페드컵에서는 4강 탈락하면서 세계랭킹 1위까지 내주는 수모를 맛봤다. 브라질은 스콜라리 감독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본선 티켓을 겨우 손에 넣었지만 `삼바축구는 끝났다'는 냉소만이 그의 앞에 도사릴 뿐이었다. 독일의 추락은 브라질보다 빨리 진행됐다. 96년 유럽선수권 우승을 정점으로 오랜 슬럼프에 빠진 독일은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8강 탈락한 뒤 유로 2000에서는 조별리그 통과도 못해 `녹슨 전차군단'이란 불명예를 안았다. 잉글랜드 유럽예선에서도 `몰락한 종가' 잉글랜드 등 한 수 아래 팀들과 편성돼 초반 승승장구했으나 첫 외국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잉글랜드를 맞아 마이클 오언에게 해트트릭을 허용, 1-5로 대패하면서 플레이오프로 밀려났다.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1승1무를 거두고 본선에 턱걸이했지만 "역대 최약체" "잘해봐야 8강" "골키퍼 칸 빼면 모두 2류들"이란 악평을 들어야했다. 그러나 매도 일찍 맞는 게 나은 법. 지역예선에서 겪은 혹독한 시련은 브라질과 독일에 현실을 직시하는 겸허함과 승리에 대한 강한 동기를 부여했고 이는 본선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두 팀 모두 조별리그에서는 불안했지만 16강에 오른 뒤로는 기본 전력에 전통과 저력이란 플러스 알파까지 가미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브라질 스콜라리 감독은 터키와의 4강전을 승리로 이끈 뒤 "독일 루디 푀일러 감독을 만나면 한 번 안아주고 싶다"며 "우리 두 사람은 적이 아니라 지역예선에서 목을 내놓고 싸운 동지"라고 말했다. (요코하마=연합뉴스)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