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26일 저녁 브라질과 터키의 2002한일월드컵축구 준결승전이 열린 사이타마월드컵경기장. 일본에서 가장 큰 6만3천여석 규모의 축구전용구장이 노란 카나리아색 물결로온통 뒤덮였다. 대부분의 관중이 브라질을 상징하는 카나리아색 티셔츠를 입고 열렬한 응원을보냈지만 실상 브라질 관중이 얼마나 되는지는 짐작하기조차 힘들었다. 1만명 규모의 브라질 응원단 속에서도 많은 일본인들이 눈에 띄었을뿐 아니라굳이 열렬한 브라질팬이 아니라 하더라도 대부분 일본인들이 카나리아색 응원복을입고 경기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쪽 터키 응원단 숫자는 고작 3천여명 정도. 이들은 전통의 빨간색 응원복에 흰색 천을 두르고 초승달과 별이 아로새겨진 대형 국기까지 흔들며 열띤 응원을 펼쳤지만 브라질의 화려한 플레이에 매료된 5만여명의 관중들의 함성 소리에 초라하게 묻혀버렸다. 일본 관중들이 이처럼 브라질에 애착을 느끼는 이유는 양국 간의 전통적인 우호관계에서 비롯된다. 양국이 19세기말 통상우호조약을 맺은 이후 일본인들이 대거 브라질로 집단 이주했고, 일본계를 포함한 브라질인 수만명이 현재 일본에 살고 있는 등 1세기 이상끈끈한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날 일본 왕세자 부부가 직접 경기장을 찾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양국은 축구 교류에 있어서도 돈독한 우정을 이어왔다. 유소년 축구선수들에게 브라질 유학은 '필수 코스'로 여겨지고, 실제로 현재 청소년대표팀의 절반 가까이가 브라질 유학파다. 또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라모스가, 이번 대회에는 산토스가 브라질에서 귀화해 일장기를 달고 뛰었다. 이 때문에 서로를 '형제국'으로 느끼는 두 나라 축구팬들은 이날 한마음이 돼웃고 울었다. 브라질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고, 반대로위기를 맞을 때는 비명을 질러댔다. 게다가 터키는 일본의 8강 진출을 좌절시킨 '원흉'으로 형제가 대신해 이들을혼내주길 바라는 마음도 내심 작용했을 법하다. 마침내 주심의 휘슬이 울리며 터키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던 브라질의 1-0 승리가 확정되자 노란 물결이 일제히 요동쳤다. 정열적인 브라질팬들은 특유의 삼바춤을 춰대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고, 브라질을 응원하던 일본인들도 어색한 몸동작으로 이를 따라하며 더욱 깊어진 양국 축구팬들 간의 우정을 확인했다. (사이타마=연합뉴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