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종료 휘슬이 울리고 패배를 확인하면서도 쉴새 없이 내달린 `투르크 전사들'의 얼굴에는 실망보다 뿌듯함이 넘쳤다. 결승행은 좌절됐지만 반세기만에 진출한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거둔 4강이라는 성적은 세계에 터키 축구의 강인함을 각인시켜주는데 충분했기 때문이다. 1954년 스위스대회 이후 48년만에 본선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투르크 전사' 터키는 브라질에 막혀 행군을 멈췄지만 홈팀 일본과 `검은 돌풍' 세네갈을 잠재우는저력을 보여주며 단숨에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진입했다.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위치한 터키는 애매한 지리적 환경만큼이나 축구에 있어서도 주류에 진입하지 못하고 줄곧 주변을 맴돌았다. 축구의 본고장 유럽은 강호들이 즐비한 서유럽은 물론이고 체코, 크로아티아 등동유럽과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국제 축구 무대에서강팀 대접을 받아왔지만 대륙 오른쪽 끝에 위치한 터키만은 철저히 무시당했다. 터키가 이처럼 유럽 축구의 변방에만 머물렀던 이유는 20세기 초반까지 지배했던 오스만 제국의 쇄국정책 때문에 국제 축구의 흐름을 빨리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1927년에 축구연맹을 창립한 터키가 25년이 지난 52년에야 토너먼트 방식이 아닌 시즌으로 치르는 현재의 프로 리그를 출범시킬 수 있었다. 사상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54년 월드컵에서도 한국에 7-0 패배의 수모를 안겨주긴 했지만 자신도 서독에 밀려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후 뚜렷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축구팬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가던 터키가그 잠재력을 드러낸 것은 90년대 후반이 되어서였다. 1996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본선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낸 터키는 2000년 유럽축구연맹(UEFA)컵에서 갈라타사라이가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아스날을 누르고 정상에서며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것. 이어 한달 뒤 열린 유로 2000에서 8강에 오르며 유럽 축구의 새로운 강자로 명실상부하게 자리매김한 터키는 최고 무대인 월드컵 본선에서도 인상깊은 경기를 펼쳐 세계 축구의 새로운 강자로 이름을 올리기에 이르렀다. 자국의 축구 역사 사상 최고의 업적을 이뤄낸 터키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에도 성공해 미래는 더욱 밝을 전망이다. `간판 스타'인 하칸 슈퀴르(31)가 부진했지만 하산 샤슈(26)가 그의 공백을 훌륭히 메우며 급성장했고 일한 만시즈(27)도 빠른 몸놀림과 뛰어난 골감각으로 스타반열에 올라섰다. 또한 일디라이 바슈튀르크(24)와 엠레 벨로졸루(22) 등도 미드필드에서 탄탄한기량을 발휘하며 터키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기둥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사이타마=연합뉴스)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