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는 시작과 끝이 있는 법. 일본요코하마(橫浜)까지 가지 못해 아쉽지만 잘했다. 모처럼 하나 된 국민 마음을 이제는 국가 건설에 돌리자" 한국 월드컵팀이 25일 독일 `전차 군단'의 벽을 넘지 못하고 파죽의 연승 행진을 멈추자 러시아 모스크바 교민들은 크게 아쉬워하면서도 그동안 태극전사들이 보여준 불굴의 투혼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교민들은 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이룬 사상 초유의 `월드컵 4강 금자탑'에자위하며 그동안 축구를 매개로 하나로 모아진 국민 정신을 나라를 세우는 데 쓰자고 제안했다. 평일임에도 불구, 바쁜 시간을 쪼개 주요 한인 업소와 직장, 가정집 등지에 모여 한국-독일간 월드컵 준결승전을 지켜본 교민들은 `히딩크 사단'의 투지 넘치는플레이에 환호하고 대견해했다. 붉은 악마 복장에 막대풍선까지 들고 나온 교민들은 전후반 90분의 감동의 드라마가 계속되는 동안 열렬한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태극전사들이 독일 전차를 부수고결승전으로 가길 기원했다. 이같은 여망에는 교민들 뿐 아니라 러시아내 고려인들도 동참했다.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생중계해준 업소들을 찾은 고려인들은 교민들과 함께 어울려 열띤 응원을 보내며 조국 전사들의 승리를 빌었다. 피는 물 보다 진하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교민들은 그러나 경기가 끝내 한국팀의 0-1 패배로 끝나자 한동안 자리를 뜨지못한 채 안타까워 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하는 아쉬움과 허탈함이 장내를 가득 메웠다. 그러던 중 누군가 애국가 제창을 제안하자 교민들은 뜨거운 목소리로 애국가를합창했다. 기대만큼이나 크게 다가온 아쉬움의 그늘을 애국가 가사에 실어 보내는듯 했다. 교민들은 이어 옆사람과 악수와 덕담을 나누며 하나하나 퇴장하기 시작했다. 교민들은 서로 "괜찮아. 정말 잘 싸웠어. 4강 진출도 장한 일이야"라는 말을 반복하며웃음을 지었으나 업소 문을 나서는 뒷 모습들에서는 아쉬움과 허탈함이 짙게 묻어나고 있었다. 한 교민은 "월드컵 전사들의 연승 행진은 오늘 아쉽게 막을 내렸으나 이것이 끝은 아니다. 지구촌 최대 축제 월드컵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라며 "이번월드컵을 계기로 하나로 결집된 국민 여론을 국가 건설에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150여 명의 교민들이 모여 경기를 관전한 R 식당에는 러시아 국영 ORT TV와 NTV 방송 기자들이 나와 교민들의 응원 모습을 취재하는 등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한국 축구에 쏠리는 관심을 반영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