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격이 점차 살아나기 시작해 극적인 결승골에 대한 기대까지 높아지던 후반 30분. 센터라인 근처에서 김태영이 전진패스한 볼이 상대 선수에게 인터셉트됐고 볼은 공격 진영에 있던 빠른 발의 노이빌레에게 연결됐다. 노이빌레는 주저할 틈도 없이 한국 진영 왼쪽을 파고들기 시작했고 한국은 수비수 2명이 따라붙으며 견제했지만 엔드라인 근처에서 땅볼 센터링을 내줬다. 골문 바로 앞에는 독일의 플레이메이커 발라크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으면서 홀로 서 있었다. 전반전부터 발라크를 전담마크하며 찰거머리 수비를 펼쳤던 유상철은 잠깐 방심한 듯 그와 3m이상 떨어져 있었다. 발라크는 골키퍼와 1대 1상황에서 그대로 1차 슛했고 골키퍼 이운재의 선방으로 나오는 볼을 다시 왼발로 슛, 그토록 견고하게 느껴졌던 한국의 골문을 기어코 열어제쳤다. 미드필드에서의 작은(?) 패스미스 하나와 순간적으로 전담마크맨을 놓친 결과가 분위기를 완전히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면서 패배를 자초했다. 한국의 거스 히딩크 감독은 5분 뒤 수비수 홍명보를 빼고 측면공격수 설기현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지며 동점골을 노렸다. 그러나 체력적으로 지친 선수들은 끝내 상대의 장신 수비벽을 돌파하지 못했다. 새로 투입된 설기현과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환한 이천수, 그리고 이영표까지 가세하면서 왼쪽을 집요하게 파고 들었으나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차두리, 송종국의 몸놀림이 더 바빠진 오른쪽 라인도 페널티지역 안까지 진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늘도 돕지 않았다. 경기종료 직전 설기현이 왼쪽을 파고들며 수비수를 헤집은 뒤 페널티지역 안에서 노마크로 있던 박지성에게 밀어줬으나 박지성의 오른발에 정확하게 걸리지 않은볼은 어이없이 빗나가 6만5천여 관중의 아쉬운 탄성을 자아냈다. 한국은 전반부터 다소 밀렸다. 막강 전차군단은 큰 키와 힘을 앞세워 맹공을 펼쳤고 지난 2차례 연장전에서 체력을 소진한 한국은 수비에 치중하면서 간간이 역습하는 작전을 펼 수 밖에 없었다. 전반 2분 수비수 라멜로프가 골문까지 올라 와 오른발슛을 날리는 것을 지켜봐야 했고 7분에는 슈나이더의 각도 큰 센터링이 공격수의 머리에 맞기 전 이운재가간신히 캐치했다. 또 17분께는 노이빌레가 골키퍼와 1대 1로 맞서는 절호의 기회를 내 줬으나 이운재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겼고 전반 30분이 지나면서부터는 매 순간이 위기라고 할정도로 일방적으로 밀렸다. 전반전에 한국이 공격했다고 할 만한 순간은 많지 않았다. 8분께 차두리가 오른쪽 페널티지역 근처에서 밀어준 볼을 이천수가 오른발로 감아찼으나 골키퍼 칸의 선방에 막힌 것과 17분께 박지성이 아크 근처에서 왼발로 강하게 찬 공이 골키퍼 정면으로 간 것 정도였다. 히딩크 감독의 구상대로 후반들어 공격 빈도가 많아졌지만 상대에게 그렇게 큰위협은 되지 못했고 상대도 지쳐가던 순간 결승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서울=연합뉴스)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