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승부사들이 대개 그렇듯이 거스 히딩크 감독(56)은 남다른 고집과 열정,그리고 두둑한 배짱이 돋보이는 인물이다. 지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하며 화를 잘내는 '다혈질'이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엔 냉정함을 유지할 줄 아는 '프로의식'도 투철하다. 올초 월드컵 성공을 기원한 "신년맞이 산행"에서 나온 일화는 히딩크 특유의 승부근성과 리더십을 잘보여준다. 당시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10시간이 넘는 장시간 비행끝에 도착한뒤 휴식도 없이 곧장 북한산 입구로 직행했다. 퍽이나 피곤했을 텐데도 그는 올라갈 때 선두그룹에서 전체 산행을 이끄는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내려올 때도 1등으로 하산해 참석자들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산이 없는 네덜란드에서 자라 등산이 익숙치 않았던 그는 나중에 몸저 앓아누웠다고. 순전히 "오기와 깡"으로 버틴 것이었다.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서 열심히 올랐다"고 털어놓은 히딩크는 "산에 오르는 것처럼 한국 대표팀도 쑥쑥 오를 것"이라고 장담했다는데,당시 그의 호언이 현실로 이뤄질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2000년말 한국축구대표팀의 사령탑으로 등극한 이래 그가 쏟아내온 재치있는 입담을 통해 '히딩크식 리더십'의 발자취를 더듬어본다. **승부욕과 배짱으로 뭉친 사나이 "네덜란드라도 맞붙게 된다면 꺾고 싶다"(2000년 12월,한국축구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정식 계약한 뒤 소감) "외국 강팀에 열등감을 가져서는 안된다.한국은 어떤 팀과도 해 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2001년 2월, 두바이 4개국 대회 중) "창피하지 않다.좋은 경험이었다.한국 선수들은 투쟁심을 더욱 길러야 한다"(2001년 5월말 컨페드컵에서 프랑스에 0-5로 대패한 뒤,오히려 적응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경험이라며) "반드시 이긴다는 '잔인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때론 사고뭉치가 필요한데 아무도 악역을 떠맡지 않는다"(2001년 8월 체코에 0-5로 대패한 뒤,상대의 몸집에 주눅이 든 한국선수들이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한 데다 이기겠다는 각오가 부족했다고 평가하며) "킬러 본능이 필요하다.이 나이에 내가 골을 넣으란 말인가"(2002년 1월 골드컵에서 쿠바와 비긴 뒤,골잡이가 없었기 때문에 경기를 잘하고도 결국 비긴 데 대해 불같이 화를 내며) "지금은 16강 진출 가능성이 절반이지만 하루에 1%씩 높여가겠다"(2002년 4월,유럽 전지훈련을 마친 뒤 가진 'D-50일' 기자회견에서)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다.(한국의 첫 경기가 열리는) 6월초가 되면 체력적,전술적으로 최적의 팀이 돼 있을 것이다"(2002년 5월1일,월드컵 개막을 한달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제는 5-0으로 지지 않기를 빈다"(2002년 5월22일,26일 프랑스와의 최종 평가전을 전망해 달라는 질문에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용기있는 자만이 페널티킥 득점이란 미인을 얻을 수 있다"(2002년 6월11일,경주시민운동장에서 공개훈련을 마친 뒤 기자들이 페널티킥을 누가 찰 것인지를 묻자)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2002년 6월15일 16강에 오른후 이탈리아전을 앞두고)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뤄내도록 노력하겠다"(2002년 6월17일,이탈리아와의 8강전을 하루 앞두고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다들 이만큼 올라섰다는데 대해 행복해하고 있지만 나는 선수들에게 계속 승리를 갈망하도록 주문할 것이다"(2002년 6월24일,독일과의 준결승전을 앞두고) **선수들에 대한 사랑과 믿음,포용력 "선수나 코칭스태프에게 똑같이 나누어 달라"(2001년 1월,아랍에미리트전을 마친 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전무가 격려금을 나눠주겠다고 하자) "한국선수들의 자질은 훌륭하다.나는 그런 선수들이 몰랐던 것을 조금씩 깨우쳐 줄 뿐이다"(2001년 5월,컨페더레이션스컵을 2주 앞두고) "한국이 전혀 가능성이 없는 나라였다면 처음부터 감독직을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다"(2001년 12월,민주당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에는 선수 국민 언론 등 모두가 자신감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너희들은 너무 순진해(naive).축구는 테니스가 아니다.때론 터프한 플레이가 필요하다"(2002년 4월,대구강화훈련에서 선수들과 가진 족구경기에서 승부욕을 길러주기 위해 몸을 던지다시피 마구 반칙을 날리며) "우리 선수들은 절대 패배에 위축되지 않는다.패배에 굴하지 않는 그들의 정신력을 알고 있기에 평가전 상대로 강팀들을 택할 수 있었다"(2002년 5월14일,잉글랜드 프랑스 등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질 경우 선수들의 사기저하가 우려된다는 일부의 시각을 일축하며) "한국은 망가진 후에도 회복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때문에 지더라도 강팀과 붙어 정신적으로 자극을 줘야 한다"(2002년 5월20일,서귀포에서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막바지 훈련을 하는중에) **나의 길을 가련다 "여론을 수렴하다보면 내 축구철학이 흔들릴 수 있고,전술적인 완성도가 방해받을 수도 있다.나는 오로지 나의 길을 간다"(2001년 4월말,이집트 4개국대회를 앞두고 대표팀 구성에 대해 묻자 언론에 흔들리지 않겠다며) "엘리자베스는 팀 훈련에 절대 방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선수단과는 밥도 먹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녀가 어디에 가든 그것은 그녀의 프라이버시다"(2002년 1월,미주전지 훈련중 그의 연인인 엘리지베스에 대한 물음에) "제대로 하기 위해 어려운 길을 돌아왔다.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결국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2002년 5월,잉글랜드와 평가전을 마친 뒤) "나는 영웅주의를 좋아하지 않는다.다만 내가 해야할 일을 하고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할 뿐이다"(2002년 6월,폴란드전 승리로 국민적 우상으로 떠올랐다는 평가에) **개그맨 빰치는 톡톡 튀는 입심 "어느 정도를 원하나.머리라도 빡빡 밀어버릴까"(2000년 12월,한국대표팀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98년 도요타컵 우승 후 수염을 깎았는데,한국을 월드컵 16강에 진출시킨 후엔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를 묻자) "일종의 스릴을 느낀다"(2001년 1월,라이벌 관계인 일본 감독을 트루시에가 맡고 있을 때 자신이 한국대표팀을 맡았다며) "내가 한국에서 제일 잘생긴 감독 아니냐.여자들에게도 인기 많을 것 같다"(2001년 11월초,머리를 짧게 깎은 후) "축구 안했으면 농사 지었겠지"(2002년 1월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집안이 대대로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평소 농사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면서) "나는 단지 비가 좋다."(2002년 4월16일,빗속에서도 1시간반 동안의 축구대표팀 수중훈련을 강행한 이유를 묻자 우리처럼 스피디한 경기를 하는 팀엔 젖은 그라운드가 유리하다며)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