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쇼쿠안도리(도리는 '거리'라는 뜻의 일본어)로!"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고 이수현군의 의로운 희생이 일본 열도를 울린 신오쿠보역과 바로 인접한 곳.고깃집,횟집에서 옷가게에 이르기까지 한국인 상점이라면 없는 업종이 없는 도쿄 신주쿠의 이곳이 월드컵대회를 계기로 재일교민들의 단합을 상징하는 '메카'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팀 시합이 열리는 날이면 왕복 6차선의 차도와 거리 양쪽은 응원나온 교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환호와 박수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독일과의 준결승전이 벌어진 25일 역시 5천명 이상의 교민이 모여 한목소리로 한국팀을 응원했으며 밤늦도록 '대~한민국'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교민들은 쇼쿠안도리가 '파이팅 코리아'의 상징으로 뿌리내린 배경을 상권 등 지역적 특징과 교민들의 호응에서 찾고 있다. 한국 고유의 먹거리와 생활에 필요한 상품이 고루 갖춰져 있어 주재원,유학생,주부 등의 왕래가 잦은 데다 식당,슈퍼마켓 등이 대형TV와 스크린을 설치하고 응원에 앞장 서 너도나도 이곳으로 모였다는 것이다. 주재원 배동찬씨는 "붉은 옷과 태극기로 장관을 이룬 거리 모습에서 일본 땅인지 한국인지 구별이 안 갔다"면서 "모르는 사람끼리도 눈만 마주치면 축하인사를 나눴다"고 감격해했다. 식당업을 하는 홍성엽씨는 "붉은 옷을 입은 사람 중에는 일본인들도 많았다"며 "응원 열기에 동참하고 싶어 스스로 찾아와 '대~한민국'을 따라 부르는 경우도 수두룩했다"고 들려줬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