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언론들 사이에서 한국팀의 저력이 부각되면서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팀이 우승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4일 스포츠면 1면과 13면에 한국팀의 경이적인 연승가도를 다루면서 전세계 스포츠계에 '적색 경보'를 발령했다. 이 신문은 "월드컵 개막전까지만 해도 한국팀은 단지 거국적 응원에 힘입어 몇몇 적수들을 물리치며 선전을 보인 팀으로 간주됐다"며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급변했다. 지칠줄 모르는 체력과 기력을 바탕으로 월드컵 우승후보로 치닫고 있다"고 보도했다. LA타임스도 이날 "한국이 독일을 꺾고 결승에 진출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고 전했다. ○…호주의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세계가 이번 한·일월드컵대회를 통해 한국축구의 진가를 뒤늦게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축구실력은 진작부터 세계적 수준이었으나 그동안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다가 이제야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며 "이번 월드컵의 최대 화제는 그동안 남한(South Korea)으로만 알려진 '괴물'에 관한 것"이라고 극찬했다. 또 "이번 월드컵이 남긴 위대한 유산 가운데 하나는 팬이나 코치,선수,언론을 막론하고 축구관계자들은 결국 한국을 존경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베일에 가려진 한국의 본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주장 홍명보를 '아시아의 베켄바워'라고 칭하는 등 한국 대표선수들을 높이 평가하면서 "그런데도 한국선수중 유럽팀에서 뛰는 선수는 단 두명에 불과하다"며 "이는 유럽팀들이 과거 20년동안 인재의 보고(寶庫)인 한국에서 선수를 찾는 노력을 게을리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히딩크가 한국의 열등의식을 없애버렸다.(Hiddink dismisses inferiority complex.)' 영국 BBC방송은 24일 자사 인터넷사이트 스포츠면에 이같은 제하의 기사를 싣고 최근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팀의 도약을 조명했다. 이 방송은 "한국이 전통의 아시아 강호이긴 해도 세계의 막강팀과 대결할 때는 고전을 면치 못해 왔다"고 소개하고 "하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은 유럽팀을 대하는 한국 선수들의 태도를 바꿔놓았다"고 평가했다. 또 히딩크 감독의 말을 인용해 "한국선수들은 유럽 강호에 대한 잘못된 존경심과 열등의식을 갖고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게 변했으며,준결승상대인 독일과의 승부가 어떻게 판가름나든지 히딩크는 이미 한국 국민이 과거에 꿈꿔 보지 못했던 멋진 모험을 선사했다"고 전했다. ○…한국 박지성 선수가 포르투갈과의 시합에서 터뜨린 슛이 일본 언론에 의해 이번 월드컵 대회의 가장 멋진 골 중 4위에 랭크됐다. 니혼텔레비전은 23일 밤 방영된 월드컵축구 특집프로그램 '초일류'코너에서 멋진 골 베스트 10을 선정하고 박 선수의 골을 4위에 올려 놓았다. 멋진 골 1위는 브라질의 호나우두가 차지했다. ○…축구황제 펠레는 24일 일본 마이니치신문과의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약진은 운이 좋아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면서 "강인한 체력과 탄탄한 팀워크,그리고 4년간 정성을 쏟아온 준비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브라질이 준결승을 통과할 경우 상대로 어디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국은 팀의 의욕과 컨디션이 모두 쾌조"라 지적하고 "무엇보다 경험과 자신감을 축적해 왔다"며 한국이 결승에 오를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한국의 4강진출 배경을 분석한 시리즈 1회분을 24일 '약진한 호랑이'라는 제목으로 게재하고 "체력이 유럽강호들을 제친 원동력중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기후와 팬들의 열렬한 응원도 승리의 힘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히딩크 감독의 철저한 체력강화 훈련이 훌륭한 열매를 맺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한국과의 연장전에서 패한 이탈리아 선수가 "한국선수들의 스태미나에 질려 버렸다고" 말한 사실을 지적했다. 또 스페인과의 경기에서도 한국은 연장전에 들어가자 원기를 되찾고 흐름을 주도했다고 덧붙였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