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독일 모두를 사랑하는 저로서는 한국의승리를 기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팀의 4강진출이 확정돼 독일과의 일대접전이 불가피해지자 독일출신 귀화인이참(48.참스마트 대표)씨는 주위에서 "어느 팀을 응원하겠느냐"는 곤혹스런 질문을받았다. 주변에서는 모국에 대한 애정 때문에 독일을 응원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고,한국인이 됐으니 한국을 응원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씨는 '국가주의에 얽매인 승부욕' 대신 '상생(相生)의 정신'을 택했다. 이씨는 "한국팀이 이기는 것이 독일에게도 이득으로 독일팀은 베켄바워 시대 이후 체질 개선을 하지 못해 지역 예선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며 "저조한 공격력으로 결승에 진출하기보다는 한국에 일격을 당해 충격을 받아야 2006년 독일 월드컵에 대비한 체질개선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한국응원 이유를 설명했다. 이처럼 이씨의 '독일사랑'이 엄격하면서도 따뜻하다면 '한국사랑'은 뭉클한 감동에서 우러나온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4강신화를 이끌어낸 한국 선수들은 그 노력의 대가를 충분히 보상받아야 합니다. 역사를 통해 다른 나라를 억누른 일이 없는 한국이 월드컵을제패하는 건 큰 의미가 있습니다." 수백만 인파가 거리로 나와 자발적으로 응원전을 펼쳤지만 유럽의 훌리건들과는달리 흥분속에서도 절제할 줄 아는 모습은 이씨의 마음 속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의잠재력을 깊이 각인시켰다. 이씨는 특히 "한국인의 잠재력은 일방적 지시가 아니라 뜨거운 마음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인천경기장을 찾아 포르투갈전을 관람했다는 이씨의 가족들은 스타플레이어의 개인기보다는 서로를 격려하며 궂은 일을 마다 않는 한국선수들의 투혼에 감동했다. 25일에는 가족들과 함께 경기를 즐기겠다는 이씨는 "심판이 있는 경기는 으레판정시비가 있기 마련이지만 자랑스런 역사를 가진 나라들은 패배에 대해 뒤늦게 불만을 표하며 열등감을 해소하려 하지 않는다"며 한국과 독일선수들의 페어 플레이를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