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서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대형현수막들이 서울시내 곳곳에 걸리면서 서울 도심의 빌딩 외벽이 현수막으로 도배되고 있다. 그러나 실정법상 빌딩 외벽 현수막은 '불법'으로 단속 대상이지만 월드컵 열기때문에 함부로 단속할 수도 없어 관할 구청들은 '보고도 못본 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24일 서울 종로.중구청에 따르면 월드컵 길거리 응원 메카로 자리잡은 광화문∼서울시청앞에 이르는 300m 구간 대로와 인근 빌딩 외벽에 붙은 '필승 격문' 현수막은 공식적으로 파악된 것만 30여개에 달한다. 광화문 교보빌딩에만 '장하다 태극전사 오!필승 코리아' 등 월드컵 대형 현수막만 3개가 걸려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구청 관계자들은 "광화문 대로가 생겨난 이후 가장 많은 현수막이 나붙었고, 마치 빌딩 숲들이 현수막 경연장으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현수막들은 대부분 불법으로 단속대상이 돼 과태료가 부과되지만자칫 고조된 월드컵 응원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까봐 관할 구청측은 처리에 고심을거듭하고 있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르면 건물 외벽에 내걸린 현수막은 공익적 목적에 한해서만 예외를 허용할 뿐, 원칙적으로 불법광고물로 그 크기에 따라 최고 3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각 구청 실무자마다 현수막의 '공익성'을 놓고 해석이 엇갈려 A구청은 "나라가 잘 되자는 것 얘기니까 공익적으로 볼 수 있다"는 반면 B구청은 "본심은 기업 광고 목적이니까 그렇게 볼 수 없다"고 해석이 분분, 단속에 애로를 겪고 있다. 현수막 단속을 담당하는 일선 구청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몇 건에 대해서는 이미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지만 요즘 월드컵 열기가 워낙 뜨거워 단속을 해야할지말아야 할지 난감한 실정"이라며 "눈뜬 봉사인척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