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언론이 24일 일제히 이번 월드컵 대회의 심판판정 문제를 보도한 가운데 일간지 가디언은 이번 대회에서 탈락한 강호들이 마지막으로 음모론에 지나치게 의지하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 신문은 탈락한 축구 강대국들이 가장 마지막으로 의지하고 있는 것은 음모론주장이라며 이들이 음모론에 지나치게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11명의 선수들과 7만여명의 관중들 뿐만 아니라 3명의 심판들과도 싸웠다. 이기기는 불가능했다." 이말은 스페인의 한 스트라이커가 한 말이지만 스페인이 이번 대회에서 한국에 승부차기로 패해 탈락한 직후가 아니라 지난 96년 영국에서 열린 유로대회에서 스페인이 잉글랜드에 역시 승부차기로 패해 탈락한 뒤 훌리오 살리나스가 한 말이라고 신문은 소개했다. 당시 살리나스 선수는 전반전에 1골을 성공시켰고 TV의 느린 화면에도 이 골이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으나 인정되지 않았으며 그의 동료 스트라이커 키코의 골도 인정되지 않았으나 TV화면으로는 살리나스의 골보다 골임이 더욱 분명했다고 신문은 말했다. 축구세계의 강대국들은 한국과 터키가 브라질, 독일과 함께 준결승에 진출했다는 사실을 음모론을 제기하지 않고는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고 있다고 신문은 말했다. 그러나 4년전 프랑스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가 4강에 오른 것은 이보다 쉽게 받아들였다고 신문은 지적하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독일팀 베르티 포그츠 감독은 8강전에서 크로아티아에 패한 뒤 "이번 월드컵에서는 우리에게 불리하게 내려진 판정중 이상한 것이 있다. 아마도 어떤 비밀지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었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포그츠 감독의 이같은 발언은 그러나 요즘의 이탈리아인들에 비하면 매우 신중한 것 같다며 이탈리아에서는 온통 비밀지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파올로 말디니 선수는 프란체스코 토티를 퇴장시간 바이론 모레노 주심의 판정이 "스캔들"이라고 비난했으나 안정환 선수가 자신보다 높이 뛰어 골든골을 성공시킨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말했다. 제프 블래터 세계축구연맹(FIFA) 회장이 심판판정을 둘러싼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전세계에서 심판을 선발하는 현재의 민주적 제도를 번복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우리는 더이상 월드컵에서 실험을 할 수 없다. 소수의 국가에서만 선발하더라도 최고의 심판들을 기용하겠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이 말이 이번 대회에 참가한 모든 심판들의 명예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축구귀족들의 우월성 콤플렉스에 영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아마도 아르헨티나인들과 이탈리아인들은 지난번 월드컵대회 결승전을 아무 잡음없이 끝낸 모로코의 사이드 벨콜라 주심같은 사람도 반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작은 나라에서 온 심판들이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간의 경기, 또는 밀란과 인터나지오날레간의 경기 등 유럽 프로축구팀들간의 경기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 심판들보다 한국의 열광적인 관중들에 의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있지만 음모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와 몰디브 출신의 선심들이 한국에서 뇌물을 받을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는 주장은 이탈리아팀의 가장 열성적인 팬들에게 조차도 억지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신문은 말했다. 이 음모론에 용감하게 반대한 이탈리아인은 프랑코 카라로 이탈리아 축구협회회장으로 "이탈리아 탈락의 책임을 심판들의 오심에만 돌리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다. 우리는 득점할 기회가 많았으나 1골 밖에는 성공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FIFA의 키스 쿠퍼 대변인은 비리 관련 주장은 "불쌍하고 유치한 허풍"이라고 비난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c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