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독일축구의 영웅 위르겐 클린스만(37)은 지난 1994년 6월 댈러스를 '지옥'으로 회상했다. 그해 6월27일 텍사스의 지독한 불볕 더위에 미식축구구장으로 설계된 댈러스 코튼볼에서 한국은 '94미국월드컵 16강진출을 놓고 '전차군단' 독일과 C조 조별리그최종전을 펼쳤다. 클린스만이 최근 "이기긴 했지만 5분만 더 시간이 남았더라면 비길 수도 있었다" 고 기억을 되살릴 만큼 한국은 불꽃같은 투혼을 불살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에 혼쭐이 난 독일이 오는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결승진출을 놓고 8년만에 격돌한다. 8년전 그 때 그 순간은 '정말 안타까운 한판'이었다. 폭염속에서 한국은 '90이탈리아월드컵 챔피언 독일에 2골을 뽑아냈지만 초반 많은 실점을 극복하지 못한 채 2-3으로 패배, 아깝게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이날 오후 한낮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속에 조직력과 게르만 특유의 정신력을 무장한 독일의 강공에 휘둘리면서 수비가 무너져 0-3으로 끌려갔으나 후반반격에 나서 7분 황선홍, 18분 홍명보가 1골씩을 만회, 1골차로 분패했다. 조별리그 결과는 물론 2무1패(승점 2)로 독일(승점 7), 스페인(승점 5)에 이어탈락. 김호 당시 대표팀 감독은 스피드가 좋은 조진호를 공격형 미드필더, 최영일을전진배치하는 새 포메이션을 가동했으나 전반 11분 클린스만의 발리 슛에 첫 골을잃고 19분 리들레, 37분 클린스만에게 다시 1골을 내줘 패색이 완연했다. 올해 월드컵에서 드러난 독일의 전술과 8년전 경험으로 볼때 코앞으로 닥친 4강전에서 주목할 대목은 그들의 '힘'과 '높이'의 축구. 독일은 당시 클린스만이 발리슛에 이어 헤슬러의 프리킥을 수비를 등지고 결승골을 뽑아냈듯 사정거리내에서는 중거리 슛은 물론 헤딩 슛 등 다양한 공격패턴을구축한다는 점에서 골문 위협 이전에 '위험인물'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교훈을 준다. 한국은 그러나 당시 경험을 고스란히 기억하는 황선홍, 홍명보 노장들이 버틴데다 골키퍼 최인영과 교체 투입됐던 이운재가 간판 수문장으로 성장해 야신상 후보로 급성장할 정도로 공격과 수비 모두 안정돼 있다. 또 경기장을 붉게 물들이는 `붉은 악마'의 응원이 더해지는 홈 그라운드의 이점과 거스 히딩크 감독의 지략이 뒷받침돼 어느 때보다 승산이 있다. 황선홍은 그때 독일 골피커 일그너가 전진 수비에 나선 틈을 타 로빙 볼을 띄워절묘하게 첫 골로 성공시켜 두뇌플레이가 돋보였고 홍명보도 1-3에서 서정원의 슛이수비맞고 흐르는 것을 놓치지않고 문전 25m지점에서 대포알같은 슛을 날려 세계의이목을 집중시켰다. 8년전 이미 가능성을 확인한 한국은 '붉은 악마'들의 뜨거운 응원을 업고 안방에서 '전차군단'을 무너뜨릴 채비를 서두르고 있어 그 때 그 경험은 요코하마로 가는 길에 소중한 재산이 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yy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