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누구나 우승후보국." 새천년 첫 월드컵 타이틀의 주인공 후보가 4개국으로 압축됐다. 아시아 축구의 신기원을 열고 있는 개최국 한국과 3회 우승에 빛나는 유럽의 강호 독일, 5번째 정상에 도전하는 '삼바군단' 브라질, '투르크 전사' 터키가 그 주인공들이다. 한국은 독일과 25일 오후 8시30분 서울월드컵축구경기장에서 맞붙고 브라질과 터키는 26일 같은 시간 사이타마경기장에서 결승진출을 다툰다. ▲한국 =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0위로 개최국인 한국은 이번 대회 최고 '돌풍의 핵'이다. 아시아축구의 맹주로 이번 대회까지 5회연속 본선에 오르는 등 모두 6차례 월드컵 무대를 밟았지만 54년 첫 본선 진출이후 48년만에 비로소 1승의 단 맛을 보더니 이에 만족치 않고 '폭주기관차'의 기세로 몰아붙이고 있다. 4무10패였던 초라한 성적표는 이번 대회를 통해 4승5무10패로 업그레이드됐고 대회전 1승 목표가 16강 진출로 바뀐뒤 8강, 4강으로 바뀌면서 이제 정상을 향해 두 걸음만을 남겨놓았다. 예선에서 폴란드를 2-0으로 제압하면서 이변의 전조를 보인 한국은 미국전 1-1무승부 이후 우승후보중 하나인 포르투갈을 1-0으로 꺾고 조 1위로 16강에 진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어 16강전에서는 '아주리군단' 이탈리아에 연장 골든골로 짜릿한 2-1 승부를 연출했으며 8강전에서는 '이베리아반도의 전사' 스페인마저 승부차기끝에 물리쳐 세계를 경악케 하며 '유럽킬러'로 자리매김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시도한 체력향상, 지연과 학연을 떠나 철저한 실력주의에 입각한 선수기용, 과감한 용병술이 4강 기적을 일궈냈다는 평가다. 또 경기때마다 나라 전체를 붉게 물들인 국민의 뜨거운 성원과 기도는 한국축구의 보이지 않는 힘이다. ▲독일 = '전차군단' 독일은 월드컵 축구사에 한축을 이루고 있는 강호중의 강호. 세계랭킹 11위로 지금까지 17차례의 월드컵 무대에서 1930년 우루과이대회와 50년 브라질대회에만 불참했을뿐 지역예선에서 단 한차례의 탈락없이 이번 대회까지 무려 15번이나 본선 무대를 밟았다. 54년 스위스대회에서 첫 정상에 오른 뒤 74년 서독대회, 90년 이탈리아대회에서 우승컵을 포옹, 역대 최다우승국인 브라질(4회)에 이어 이탈리아와 함께 통산 타이틀 공동 2위에 올라있다. 66년 잉글랜드, 82년 스페인, 86년 멕시코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고 3위에만도 2차례 이름을 올렸다. 90년 이탈리아대회 우승 이후 8강에서 거푸 주저앉은데 이어 이 대회 지역예선에서 4승2무로 승승장구하다 잉글랜드에 발목이 잡혀 대회전까지 '녹슨 전차군단'이라는 비아냥을 들었지만 유리한 조편성과 대진운으로 손쉽게 4강대열에 합류했다. 월드컵 본선 E조 예선라운드에서 약체 사우디아라비아에 8-0의 대승을 거뒀지만 아일랜드와 1-1, 카메룬과 1-0 등 힘든 경기를 펼쳤고 16강 파라과이와의 경기에서도 1-0 신승을 거둬 불안한 전력을 노출했다. 독일은 미국과의 8강전에서는 시종 고전하다 명골키퍼 올리버 칸의 선방으로 간신히 1-0 승리, 12년만에 준결승에 올라 통산 4회 우승을 노린다. 장신 선수들의 높이를 앞세운 공격이 위력적이긴 하지만 이보다는 칸을 정점으로 한 철벽 수비가 돋보인다는 평. ▲브라질 = '영원한 우승후보'라는 별칭에 걸맞게 화려하면서도 신명나는 공격축구로 4강진출국중 우승확률이 가장 높은 팀이다. 세계랭킹 2위로 지금까지 17번의 월드컵 무대에서 한번도 빠진 적이 없고 58년스웨덴, 62년 칠레대회에서 펠레의 활약으로 대회 2연패를 달성한뒤 70년 멕시코, 94년 미국대회에서 정상을 밟았다. 최다 우승국이며 지난대회 결승에서는 개최국 프랑스에 3-0으로 져 이번이 설욕의 무대. 70년대회에서 6전전승으로 타이틀을 차지한 이래 32년만에 월드컵 사상 첫 7전승 우승의 꿈에 부풀어 있다. 더욱이 개막전 우승후보로 손꼽히던 지난대회 챔피언 프랑스,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강호들이 일찌감치 귀국행 비행기에 올라 브라질의 어깨는 한결가볍다. 지역예선에서 탈락위기에 몰렸다가 간신히 3위로 본선에 올랐고 이 과정에서 감독이 4차례나 바뀌는 등 홍역을 치러 `4강 진출도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부상에 신음하던 호나우두와 히바우두의 가세로 전력이 배가됐다. 1라운드 3경기를 포함한 5경기에서 무려 15골을 터트려 게임당 3골을 기록중인데 반해 실점은 4점에 그쳐 안정된 전력을 자랑한다. 첫 경기인 터키전에서 선취골을 내주는 등 고전끝에 2-1 승리를 낚은뒤 중국전 4-0, 크로아티아전 5-2로 거푸 대승을 거둬 조 1위로 예선을 통과했고 벨기에와의 16강전에서는 2-0,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는 2-1 역전승을 일궈냈다. 준결승에서는 '3R'중 하나인 호나우디뉴가 결장하지만 5골씩을 기록중인 호나우두, 히바우두의 득점왕 경쟁도 볼만하다. ▲터키 = '투르크족의 전사' 터키는 48년간 축구 변방국가로 비켜있다가 이번 대회를통해 세계축구의 중심에 합류한 세계랭킹 22위. 유로2000에서 8강에 진출한데 이어 대표적인 프로구단 갈라타사라이가 UEFA컵정상에 올라 일찌감치 돌풍의 눈으로 주목을 받았다. 브라질과의 조별리그에서 선취골을 넣었지만 1-2로 역전패했고 전력상 한 수 아래라던 코스타리카와 1-1로 무승부, 벼랑끝에 몰렸으나 막판 중국을 3-0으로 이기고 브라질이 코스타리카를 5-2로 제압하는 바람에 간신히 16강에 진출했다. 16강에서는 H조 1위를 차지한 개최국 일본을 1-0으로 이겨 열도를 비탄에 잠기게 한뒤 우승후보 프랑스와 스웨덴을 차례로 제압한 세네갈의 검은 돌풍마저 연장골든골로 잠재웠다. 54년 스위스대회에 첫 출전, 조별리그에서 한국을 7-0으로 대파하고도 서독에 2연패해 탈락한뒤 무려 48년만에 출전한 본선무대에서 4강이라는 눈부신 전과를 올린 것이다. 뚜렷한 월드스타는 없지만 대표선수 23명가운데 12명이 갈라타사라이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고 이중 9명은 2000년 UEFA컵 우승멤버여서 팀워크와 조직력이 뛰어나다는게 최대 강점이다. (서울=연합뉴스) yk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