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는 승부차기 끝에 이뤄졌다. 120분간 경기 내용은 한국이 절대 열세였지만 스페인이 한국에게 준결승행 티켓을 내준 것은 축구실력과는 큰 상관관계가 없는 승부차기에서 단 1명의 선수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승부차기에서 골을 성공시키지 못한 선수에게는 '실축'이라는 표현이 따르는 것은 페널티킥 성공률이 이론상 100%이기 때문이다. 선수가 페널티킥을 골로 연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골키퍼와의 심리전에서 진 탓이며 이 때문에 페널티킥을 막아낸 골키퍼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칭찬을 듣는다. '실축'과 '선방'이 공존하는 묘한 승부차기의 세계를 정리했다. ◆승부차기란 = 정규경기 시간 90분과 전.후반 30분씩 연장전에서도 승부가 가려지지 않으면 승부차기로 승자를 가린다. PKs(Penalty Kicks) 또는 슛오프(Shoot Off)로 불린다. TK(Taking Kicks from the penalty mark)라고도 한다. 팀당 5명의 키커가 미리 정해진 순서에 따라 골라인에서 11m 떨어진 페널티 마크에서 골키퍼와 1대1로 대결한다. 골키퍼는 키커가 공을 차기 전에 좌우로 몸을 움직일 수 있으나 앞으로 뛰어 나올 수는 없다. 5명이 모두 차고도 승부가 나지 않으면 1명씩 차는 서든데스(Sudden Death)방식으로 계속된다. ◆승부차기의 성공 확률 = 이론상 11m 전방에서 차는 페널티킥의 성공 확률은100%다. 킥을 했을 때 공의 속도는 느려도 초속 22m에 이르러 골라인에 이르는데 소요되는 약 0.55초가 소요되며 골 키퍼가 공이 날아오는 방향을 알아차리고 몸을 날리는동작에 들어가는 '반응시간'은 약 0.66초다. 게다가 공이 날아오는 쪽으로 움직이는데 필요한 시간까지 따지면 골키퍼는 도저히 페널티킥을 막을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구나 시속 140㎞ 안팎으로 강하게 차는 킥은 정면으로 날아와도 막기가 쉽지않다. ◆승부차기의 심리전= 그러나 키커와 골키퍼와의 심리전이 변수로 작용한다. 키커는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중압감을 받게 되지만 골키퍼는 "막으면 좋지만 못막아도 그만"이라는 비교적 편안한 심정이다. 특히 키커는 "내 킥으로 승부가 갈린다"는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받는다. 때문에 승부차기 때는 먼저 차는 팀이 심리적으로 유리하다는 이론도 있다. 또 골키퍼는킥을 하는 순간 골문 한쪽을 포기하고 한쪽만 막겠다는 전략을 사용한다. 키커에게는 골문이 따라서 절반으로 좁아들고 골키퍼의 예측을 피해 차려다 어이없이 골대를 벗어나거나 골키퍼가 쉽게 막을 수 있는 방향으로 공을 보내는 것이다. 이날 스페인의 4번 키커 호아킨은 오히려 여유있게 차려다 킥의 방향이 다소 한가운데로 몰린 데다 공에 힘이 약해 실패했다. ◆ 승부차기의 역사= 월드컵에 승부차기가 도입된 것은 82년 스페인대회 때부터다. 이전에는 연장전과 재경기까지 치러도 승부가 가려지지 않으면 추첨으로 승부를 결정했다. 한국-스페인 경기를 포함해 역대 월드컵에서 승부차기는 모두 16차례 벌어졌고 독일과 아르헨티나가 3전3승으로 승부차기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이탈리아는 승부차기 3전3패로 승부차기에 약하다는 비아냥을 얻었고 스페인은 통산 세차례대결에서 1승2패, 이번 월드컵에서는 1승1패로 웃다 울었다. 한국은 4강 길목에서 첫 승부차기를 맞아 승리로 이끌어 '당연히' 승률 100%를 기록하게 됐다. 역대 월드컵 사상 가장 유명한 승부차기는 94년 미국월드컵 결승에서 이탈리아가 최고의 골잡이 '꽁지머리' 로베르토 바조의 실축으로 브라질에 우승을 넘겨준 것이었다. (광주=연합뉴스)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