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신화 뒤에는 숨은 공신들이 있었다" 이번 한.일월드컵대회에서 한국대표팀의 "불패 신화"를 만들어낸 것은 "태극전사"들과 "총사령관" 거스 히딩크 감독만이 아니다. 4명의 코치들과 주치의,물리치료사,운전기사,비디오 분석관 등 대표팀을 몸사리지 않고 보좌한 22명의 "막강" 스태프들이 기여한 공로도 컸다. 이들의 정성어린 지원이 없었다면 "무패의 4강"이라는 꿈이라도 믿지못할 "신화"는 어쩌면 힘들었을 지도 모른다. 든든한 "버팀목"이 된 4명의 코치=핌 베어벡,박항서,정해성 코치,그리고 김현태 골키퍼 코치.이들은 공격.수비 등 부문별 훈련을 강조하는 히딩크 감독의 지도철학을 수행하기 위해 선수들만큼이나 땀을 흠뻑 흘렸다. 이중 베어벡 수석 코치는 유일한 외국 코치.일본 프로팀을 1년 넘게 지도한 경험으로 아시아 축구에 일가견을 지닌 그는 히딩크 감독의 선진축구를 한국축구에 접목시키는 "다리"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인 코치들은 선수들의 고충을 헤아리고 상처를 보듬아주며 엄격한 "벽안의 아버지" 히딩크가 할 수 없는 "토종 어머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히딩크 감독은 초창기 선수 선발 과정에서 한국인 코치들의 역할을 중시했다. 박.정.김 코치에게 매 경기를 앞두고 엔트리와 베스트 11을 제출케 함으로써 선수들을 면밀히 테스트했다. 지금까지 단 1게임이라도 대표팀에서 뛴 선수는 모두 40명.이런 과정에서 이동국 김도훈 등 스타플레이어들이 탈락하고 김남일 박지성 송종국 이영표 등 소위 "히딩크 황태자"들이 탄생한 것.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선수들은 코치진을 "선생님"으로 부를 정도로 사제지간을 뛰어넘어 끈끈한 정을 나누고 있다. 노장 황선홍이 지난 4일 폴란드전에서 선취골을 넣은 뒤 박코치의 품에 뛰어들었던 장면을 보는 사람의 코끝을 찡하게 만들지 않았던가. "체력 지킴이" 의료진과 트레이너=4강 진출의 원동력인 선수들의 체력향상은 트레이너인 레이몬드 베르하이옌(32)씨가 일궈낸 결실이다. 지난 3월 유럽전지훈련부터 대표팀에 합류한 그는 발군의 "파워 프로그램"으로 태극전사들의 체력을 유럽선수들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선수들의 건강을 위해 애쓴 김현철(40) 주치의를 비롯한 의료진의 역할도 막중했다. 대표팀이 심각한 부상선수 없이 본선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쉴새없는 보살핌 덕분이다. 족부정형외과 전문의로 올초 대표팀의 주치의로 부임한 김현철 박사는 앞으로 국내의 미개척지나 다름없는 축구의학에 본격적으로 투신할 뜻도 내비치고 있다. 바르셀로나,레알마드리드 등 스페인의 명문클럽에서 경력을 쌓은 아노 필립(27) 물리치료사,그리고 한국인 물리치료사인 강훈씨 역시 한국선수들의 부상을 치료하고 컨디션을 최고조로 유지하도록 도운 일등공신이다. 우리들 없으면 "일" 안돼요=코칭스태프와 의료진 이외에도 히딩크감독과 선수들의 "손과 발" 역할을 하는 지원부대 요원들은 많다. 감독으로부터 떨어진 지시를 일일이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온갖 자질구레한 일을 담당한 김대업 주무(29),그리고 각종 장비를 구입하고 운반하는 장비담당 윤성원(30)씨,14년을 한결같이 대표팀 버스를 몰아온 이윤우(57) 기사 등이 그들이다. 또 히딩크 감독의 "입"인 전한진 통역(32)과 공식적인 의사소통 창구인 허진 미디어 담당관도 대표팀의 중요한 "가족"이다. 이밖에 본선 상대국은 물론 한국팀의 전력분석을 위한 비밀작업을 맡은 이란계 미국인 아프신 고트비 비디오 분석관의 활약도 눈부셨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