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최진철(31.전북)이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골문앞을 지키는 최후방 수비수로서의 진가를 확실히 보여줬다. 이날 최진철은 모리엔테스, 발레론 등 중앙 공격진들의 움직임을 확실히 묶어일방적으로 밀리는 듯하며 여러 차례 찾아온 실점 위기를 온 몸으로 막아냈다. 특히 신장이 큰 스페인 선수들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187㎝의 큰 키를활용한 공중볼 차단은 단연 일품이었다. 스페인은 이날 좌우 윙백 호아퀸과 발레론을 활용, 양측면 미드필드에서 쉴 새없이 문전으로 긴 패스를 올리는가 하면, 프리킥과 코너킥 상황에서도 위협적인 찬스를 여러 차례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처럼 위협적인 찬스들은 번번히 최진철의 악착같은 수비에 막혀 번번이 실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문전에서 상대 공격수들과의 몸싸움에서 절대 뒤지지 않는 것은 기본. 미드필드에서 날아오는 상대 패스의 방향을 정확하게 판단한 최진철의 머리는 스페인 선수들의 머리를 향해 날아드는 볼을 거의 대부분 완벽하게 차단했다. 수비에서 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상대를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코너킥 등 세트플레이 상황이 생기면 여지없이 스페인 골문 앞으로 나아가 이에로, 나달 등 스페인의 장신 수비수들과 겨려 비록 골을 터트리지는 못했지만 스페인골키퍼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슛을 날리기도 했다. 최진철의 활약은 이번 스페인과의 8강전 뿐만이 아니다. 지난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역시 최진철은 크리스티안 비에리의 다리를 꽁꽁묶어 지치게 했고 결국 2-3번의 결정적인 찬스에서도 실수하게 만드는 등 한국의 최종 수비를 확실히 지켜냈었다. 94년과 98년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훈련에 참가했었지만 실제로 월드컵에 출전하지는 못했고 서른이 넘은 나이가 되어서야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월드컵 무대에선 최진철은 그렇게 한국이 일궈낸 또 하나의 기적에 큰 몫을 해냈다. (광주=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