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개인기 축구의 대명사 브라질에 `협력형'축구가 접목됐고 다혈질의 터키 축구에 `절제의 미학'이 가미됐다. 지역예선에서 `많이 넣고 많이 먹는' 축구로 비틀거렸던 독일은 이번 대회 결승토너먼트 이후 최강의 `짠물 축구'로 변신했다.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8강전 일정 절반을 마치면서 생존관문을 통과한 각 팀의 플레이 스타일에 예전에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특징들이 강점으로부각되고 있다. AP통신은 브라질의 잉글랜드전 승리 이후 루이즈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의 말을인용, 브라질의 협력축구가 팀을 수적 열세에서 지켜냈다고 보도했다. 스콜라리 감독은 "1명이 빠진 상황에서 중앙수비수 3명과 윙백 2명이 적절한 협력틀을 유지했기에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왼쪽 윙백 호베르투 카를루스도 "선수들이 게임의 속도를 줄여야 할 때를 완벽하게 알아차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후반 12분 호나우디뉴의 퇴장으로 10명이 싸운 브라질이 인저리타임까지 35분이상을 무실점으로 버틸 수 있었던 저력이 다름아닌 협력형 축구에 있었다는 분석이다. 미국을 꺾고 4강에 합류한 독일도 유럽 지역예선에서 14골을 넣고 12골을 허용했던 소모적 축구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현역 최고 골키퍼 올리버 칸의 눈부신 선방이 큰 몫을 하고 있지만 미국전에서 드러났듯이 경기 내내 상대의 파상공세에 밀리면서도 효율적으로 견뎌내는 방법을 완전히 습득했다. 16강, 8강전 연속 무실점에 힘입어 단 2골만 넣고도 4강에 무사 안착하는 효율화의 극치를 과시했다. 감정이 무방비로 표출되던 터키 축구도 16강 일본전에서 놀랄만큼 차분한 절제형 축구를 무리없이 소화해냈다. 터키는 조별리그 1차전 브라질전만 해도 경고 4명, 퇴장 2명으로 스스로 경기를망쳤지만 일본전에서는 전반 12분 선취골 이후 무려 80분간 `지키는 축구'를 하면서도 파울을 16개 밖에 범하지 않았다. 거친 플레이로 자국리그에서도 2년 간 벤치신세를 지는 등 푸대접을 받았던 이번 대회 깜짝 스타 하산 샤슈는 4게임에서 파울을 7개 밖에 범하지 않는 양순한 선수로 돌변했다. 철저하게 플레이를 자제하고 조절하는 셰놀 귀네슈 감독의 전략이 8강 돌풍을견인해낸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