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는 역시 경기 내용이 아니라 스코어가 말한다는 진리를 확인시킨 한 판이었다. 수비에 치중하다 역습을 노리는 전략으로 나선 독일은 스피드와 투지를 앞세운미국에 시종 밀렸지만 전반 미하엘 발라크가 따낸 골을 지켜내 세계 축구 4강에 이름을 올렸다. 독일은 10명의 선수가 돌파당하더라도 최후의 보루 올리버 칸이 골문을 굳게 지켰다. 칸은 전반 17분 랜던 도노번이 아크 왼쪽에서 날린 왼발 슛을 막아낸데 이어 30분에도 수비 오프사이드 라인을 깨고 골지역 왼쪽까지 진출해 도노번이 날린 왼발슛을 쳐냈다. 또 36분에는 미국의 브라이언 맥브라이드와 도노번의 매끄러운 패스 플레이에이어 에디 루이스가 무방비로 아크 왼쪽에서 날린 슈팅도 칸에게는 전혀 위협적이지못했다. 상대의 계속된 `잽'을 칸의 활약으로 막아낸 독일은 전반 39분 `펀치' 한 방으로 미국을 다운시켰다.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크리스티안 치게가 왼발로 감아 센터링했고이를 발라크가 수비 틈을 비집고 들어가며 점프, 내리꽂는 헤딩으로 그물을 갈랐다. 발라크의 뒤쪽에서는 헤딩으로만 5골을 뽑은 득점 공동선두 미라슬로프 클로세가 쇄도했다. 미국은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서도 일격을 당한 뒤 급한 마음에 공격과 수비에서번번이 실수를 노출,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미국은 후반 들어 다시 전열을 정비, 굳히기에 나선 독일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후반 시작하고 5분. 미국 입장에서는 전후반 90분을 통틀어 가장 아쉬운 장면이연출됐다. 클로디오 레이나의 오른쪽 코너킥을 에디 포프가 헤딩, 뒤로 흘려주었고 이를그레그 버홀터가 달려들며 왼발 발리 슛, 공은 칸의 뻗은 손에 스친 뒤 골문으로 빨려들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공은 골포스트를 잡고 골라인 선상에 서있던 토르스텐 프링스의 손에 맞고 나왔고 칸이 잡아냈다. 미국 선수들은 골라인을 통과했다며 항의했지만 주심은 이미 `노골' 선언한 뒤였다. 후반 19분에는 레이나가 재치있는 플레이로 기막힌 골을 성공시킬 뻔 했다. 칸이 페널티지역을 벗어나 헤딩으로 쳐낸 볼이 센터서클 부근의 레이나 쪽으로날아갔고 골문이 비어있다는 점을 간파한 레이나가 오른발로 힘차게 발리 슛한 것. 공은 깜짝 놀라 허겁지겁 뒷걸음질 친 칸의 머리 위를 지나 골문을 향해 날아갔지만 마지막 순간 방향이 왼쪽으로 틀어지면서 골대를 살짝 비껴갔다. 결승토너먼트에 접어들어 상대의 집중 견제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클로세는 전반 43분 올리버 노이빌레의 센터링을 받아 예의 내리꽂는 헤딩 슛을 날렸으나 골포스트를 때리고 나와 득점레이스 단독선두로 치고나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울산=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