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을 이용한 독일의 '고공 축구'가 스피드를 앞세운 미국을 제압했다. 21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독일-미국전은 화려하거나 빠르지 않지만 서서히 상대방을 무력화시키는 독일 축구의 진면목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경기 초반은 미국의 압도적 우세였다. 미국은 에디 루이스, 클라우디오 레이나, 랜던 도노번 등 미드필드진에 의한 공간 침투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독일 수비벽을 교란시켰다. 전반 12분 도노번의 돌파로 골문 우측에 있는 루이스가 득점찬스를 맞았고 17분과 29분에 도노번이 수비수들을 제치고 문전까지 파고들어 강슛을 날렸으나 무위에 그쳤다. 독일의 수비는 역시 강했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듯 움직이는 탄탄한 조직력은 미국의 공세를 완벽하게 봉쇄했다. 독일 골키퍼 올리버 칸의 선방도 미국의 사기 저하에 한 몫을 담당했다. 평균 신장 1백85cm의 독일 선수들은 높이와 힘에서 1백78cm의 미국을 압도했다. 독일은 장신을 이용, 측면 센터링에 의한 공격에 집중했다. 전반 39분 급기야 프리킥으로 올라온 공을 미하엘 발락이 헤딩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42분에는 머리로만 5골을 뽑아낸 '헤딩 머신'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헤딩슛한 볼이 우측 골대를 맞고 튕겨 나오기도 했다. 후반 들어 미국은 파상 공세를 펼쳤다. 미국은 좌측 우측 정면 등 공격 루트를 다양화하며 쉴새없이 수비진을 어지럽혔으나 번번이 독일 수비진과 골키퍼에 의해 차단되며 공격의 맥이 자주 끊겼다. 미국은 종료 시간이 다가올수록 스피드와 집중력이 떨어지며 독일의 페이스에 완전히 밀렸다. 종료 직전 매시스의 센터링을 받은 토니 새네의 헤딩슛이 아깝게 골문을 비켜가면서 골운도 미국을 따라주지 않았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