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자존심도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의 벽을 넘을 수는 없었다. '미리 보는 결승전'으로 불리며 이번 2002 월드컵대회 최고의 빅게임으로 불린 브라질-잉글랜드의 8강전은 결국 브라질의 승리로 끝났다. 브라질은 전반 23분 잉글랜드의 마이클 오언에게 먼저 선취골을 내주며 끌려 갔지만 전반 47분 히바우두가 동점골을 터뜨린데 이어 후반 5분 호나우디뉴가 프리킥으로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2-1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브라질은 이날 승리로 월드컵 무대에서 잉글랜드전 무패(3승1무)의 '전통'을 이어갔다. 잉글랜드의 득점은 브라질 수비수의 실책으로 사실상 그저 얻은 것이었다. 센터 서클 부근에서 에밀 헤스키가 공격해 들어가던 마이클 오언쪽으로 공을 찔러주었다. 브라질 수비수 루시우는 이를 걷어내려고 했지만 공은 오언이 차기 좋은 위치로 흐르고 말았다. 오언은 지체없이 브라질 골키퍼 마르쿠스마저 여유있게 제치고 기분 좋은 선제 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브라질의 반격은 매서웠다. 전반 종료 직전 중앙선 부근에서 호나우디뉴가 번개 같은 스피드와 화려한 개인기로 잉글랜드 수비수 2∼3명을 순식간에 제치고 오른쪽에서 달려들던 히바우두에게 어시스트했다. '왼발의 달인' 히바우두는 힘들이지 않고 왼발로 살짝 감아차며 잉글랜드의 골문을 열었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 데이비드 시먼이 몸을 날려 보았지만 공은 이미 골라인을 넘어선 뒤였다. 기세가 오른 브라질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호나우디뉴의 그림 같은 프리킥으로 간단히 경기를 뒤집었다. 잉글랜드는 후반 12분 호나우디뉴가 위험한 태클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한 틈을 타 총반격에 나섰지만 브라질의 두터운 수비를 뚫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졌다. 이날 따라 잉글랜드 선수들은 움직임이 둔해 보였다. 특히 잉글랜드의 플레이메이커 데이비드 베컴은 부상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듯 특유의 날카로운 패스와 돌파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