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신화의 주인공인 안정환(26)은 이탈리아프로축구(세리아A) 페루자에서 활약한 선수다. 그러나 페루자가 이탈리아에 8강탈락의 '재앙'을 안긴 안정환에 대해 어불성설의 혹평을 늘어놓으며 재계약 포기의사를 밝힘에 따라 결별 수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페루자는 안정환에게 한국인 최초의 세리아A 진출의 선물을 줬지만 동시에 설움과 상처도 안겼던 팀. 해외진출이 소원이었던 안정환은 스페인프로축구 레알 라싱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인 끝에 2000년 7월 27일 1년 임대(임대료 40만달러)에 연봉 45만달러 조건으로 페루자 유니폼을 입고 '빅리거'의 꿈을 이뤘다. 한국 선수의 이탈리아 무대 진출은 안정환이 처음이었다. 활동무대를 옮기자마자 연습경기에서 펄펄날았던 안정환은 그러나 정작 정규리그(2000-2001년)에서는 부진한 출발으로 교체멤버 또는 벤치신세를 지다가 3번째 선발 출장한 지난해 4월 9일 볼로냐전에서 조바니 테데스코의 골을 도와 처음으로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이후 제 컨디션을 회복, 같은달 23일 아탈란타전에서 이탈리아 무대 첫 골을 기록한 데 이어 바리전에서 1골을 수확,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또 5월 13일 우디네세와의 경기에서는 2골을 작렬하는 등 비록 주전 자리를 꿰차지는 못했지만 1시즌 동안 15경기(11경기 교체) 출전에 4골 1도움의 호성적을 올렸다. 이후 재임대된 안정환은 2001-2002 시즌에는 마음고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 15번 그라운드에 나섰으나 선발출장은 2번에 그치는 등 설움을 톡톡히 당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골맛을 본 것은 1월 28일 헬라스 베로나전이 유일했다. 안정환은 당초 6개월 재임대(임대료 50만달러, 연봉 45만달러)에 도장을 찍었는데 당시 페루자는 올 1월까지 안정환의 원소속팀인 부산 아이콘스에 재계약 의사를 통보키로 했다가 협상 우선권을 6월말까지 연장해달라고 요청, 지금에 이르렀다. 이번 대회를 통해 월드스타로 부상했고 병역혜택을 덤으로 볼 게 확실한 안정환이 월드컵 이후 또 다른 빅리그에서 활약할 지 등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