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은퇴하나."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나란히 은퇴하는 한국의 황선홍(34.가시와 레이솔)과 스페인의 페르난도 이에로(34.레알 마드리드)가 공수에서 격돌한다. 스페인대표팀의 `정신적 지주'인 이에로는 지난 18일 8강전 준비에 들어간 울산에서 `월드컵 후 대표팀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팀내에서 두번째로 나이가 많은 고참선수인데다 이미 은퇴 계획을 내비친 바 있어 그리 충격적인 사건은 아니지만 세계최강의 리그를 자랑하면서도 단 한번도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스페인 선수들에게는 강한 자극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에로는 당시 "오늘까지 참가한 88번의 대표팀 경기 수를 91번으로 늘린 뒤 은퇴하겠다"며 스페인을 이번 월드컵 결승까지 끌고 가겠다는 희망을 밝혔었다. 이에대해 앙헬 마리아 비야르 스페인축구연맹회장도 "이에로는 스페인대표팀을이끈 축구선수의 모범답안"이라며 "역대 최고 선수 중 한명을 잃게됐다"고 이에로를극찬했었다. 이같은 이에로의 대표팀 유니폼 반납 선언은 대회 직전 한국의 `맏형' 황선홍(34.가시와 레이솔)가 월드컵 이후 대표팀 은퇴 선언을 했던 것과 매우 흡사하다. 당시 황선홍은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은퇴 결정을 내렸으며 마지막무대인 이번 월드컵을 화려하게 장식하겠다'는 투지를 불태워 후배선수들에게 큰 자극제가 되었고 히딩크 감독 역시 그의 용기를 극찬했었다. 또 황선홍은 본선 첫 경기인 폴란드전에서 첫 골이자 결승골을 터트렸고 미국전에서는 이마가 찢어지는 아픔을 참아내며 `붕대투혼'을 펼치는 등 한국의 8강 기적을 이끌며 마지막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해 왔다. 물론 이에로와 황선홍의 은퇴선언은 서로를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진 것이지만 묘하게도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두 노장 스타는 8강전에서 만나게 됐고 둘중 하나는 22일 광주경기가 은퇴무대가 될 것이다. 각각 4번연속 월드컵 무대에 나선 두 선수가 실제로 격돌하는 것은 이번이 두번째. 90년 월드컵 멤버였던 두 선수는 당시 조별리그 한국-스페인전에서 모두 벤치를지켰었고 '98월드컵에서는 예선 조가 달라 만나지 못했다. 또 94년 미국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인 한국-스페인전에서 두 선수가 첫 대면을 했으나 양팀이 2-2로 비겨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마지막 무대에서 스페인을 결승으로 이끌겠다는 이에로와 `한국의 기적'을 이어가겠다는 황선홍 둘 중 누구의 꿈이 이뤄질 지 주목된다. (울산=연합뉴스)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