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히딩크 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사는 네덜란드 동부 독일 접경지역의 한적한 시골 마을 파르세펠츠.


히딩크 감독이 태어나기 전부터 "히딩크다이크(히딩크거리)"라는 이름의 거리가 있었던이 마을에 역사상 최대의 경사가 났다.


이 마을 중심에 있는 200년 넘은 건물 1층의 '피에르체(작은 깃털)'라는 펍은 지난 18일 히딩크 감독의 형 한스를 비롯, 한국과 이탈리아전을 관전하는 동네사람들로 가득찼다.


이 펍의 외벽에는 종업원 헤르트얀 툰터씨가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우리는 거스를 사랑한다"는 표어가 한글 그대로 쓰여있었고 역시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손수 그린 태극기도 걸려있었다.


툰터씨는 주민의 60%가 아마추어 축구선수일 정도인 이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펍은 물론 집에서도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팀의 경기를 지켜봤다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한국팀이 초반에 실점하자 조용하게 지켜봤으나 승리한 뒤에는 파티를열었다고 말했다.


또 마을 사람들과 경기를 보던 히딩크 감독의 형 한스씨는 동생이 어린시절 "모든 것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고 툰터씨는 전했다.


히딩크 거리에서 손자를 자건거 뒤에 태우고 가던 폴린 세싱크 할머니는 히딩크 감독이 이끈 한국팀의 승리가 매우 기쁘다며 말보다는 행동을 먼저하는 이 지역 사람들의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며 그것 때문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이 이긴다고 떠들지 않고 행동으로 먼저 보여줬다는 것이다.


세싱크 할머니는 한국이 마지막 순간에 득점을 해서 "너무나 멋있었다"며 한국의 결승진출을 기원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마을 중심가에 들어서자 지나던 행인들은 한국에서 온 기자를 보자 "오 히딩크" 하며 반갑게 맞아줬다.


주류가게 점원 빔 크리프튼베르그씨는 한국이 스페인도 이기길 바란다며 우승을 기원했다.


이 마을에 사는 히딩크 감독의 부친 헤레트 히딩크씨(85)와 모친 요프 히딩크 여사는 예고도 없이 찾아간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이 마을의 초등학교에서 30여년간 교편을 잡다가 23년전인 지난 75년 교장으로 은퇴한 부친은 프로팀이 없었던 젊은 시절 이 마을 아마추어팀의 레트프윙으로 뛴 축구선수 출신.


아들 6명에게 모두 축구를 가르쳐 3남인 히딩크 감독을 비롯, 5남르네, 6남 카렐 등 3형제가 이 지역 프로팀인 드그라프샤프팀에서 한꺼번에 뛰기도 했다.


히딩크 감독의 부친은 히딩크 감독이 어린시절 축구를 매우 잘했다다며 그러나 "축구보다 공부가 우선이다. 축구는 그 다음이다"라고 아들들을 가르쳤다고 말했다.


그는 히딩크 감독이 자신의 지도대로 공부도 열심히 했고 그 덕분에 영어도 잘 한다고 아들 자랑이 대단했다.


8순을 넘겨서도 정정한 히딩크 감독의 양친. 요프 히딩크 여사도 요즘도 매일 수영을 한다며 자랑했다.


요프 여사는 히딩크 감독이 지난 4월 대표팀을 이끌고 스페인으로 전지훈련차 왔다가 집에 들었다며 당시 "너는 할 수 있다"고 격려해줬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부모에게 "한국 사람들은 매우 좋은 사람들이다"고 말했다고 요프여사는 전했다.


아들을 만나러 한국에 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나이가 들어 비행기를 탈 수 없다고 요프 여사는 대답했다.


헤레트 씨와 요프 여사는 18일 한.이탈리아전을 TV로 보면서 매우 흥분했었다며 한국팀이 마지막 순간에 골을 성공시키는 등 매우 훌륭한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팀이 승리하자 집안에서 춤을 췄다며 경기가 끝난 뒤 동네사람들이 찾아와 자랑스러워하며 축하해줬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 부모의 집앞에서 마주친 외가쪽 친척동생 헨리 멀더씨도 형 자랑이 대단했다. "형이 자랑스럽다. 한국팀은 훌륭한 경기를 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한국팀을 응원했다. 한국팀의 선전을 볼 때 형은 훌륭한 트레이너다"고 그는 말했다.


멀더 씨는 히딩크 감독이 젊은 시절 "사람좋고 모든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듣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멀더 씨는 물론 피에르체 펍의 툰터 씨와 피트씨 등 히딩크감독의 고향마을 사람들은 이제 오는 22일 한국과 스페인간의 8강전을 기다리고 있다.


(파르세펠츠<네덜란드>=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c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