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냐, 아이스맨이냐.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의 사실상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21일 브라질과 잉글랜드의 8강전에서는 `삼바의 용장' 루이즈 펠리페 스콜라리(54)와 `종가의 지장' 스벤고란 에릭손(54) 감독간의 지략 대결이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남미와 유럽을 각각 대표하는 두 사령탑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흡사한 데가 많다. 48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현역 시절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무명선수 출신. 지난해 지역예선 탈락 위기에 있던 대표팀을 맡아 본선에 직행시킨 업적이나 은퇴 후 일찌감치 탁월한 지도력을 인정받아 명문클럽 감독직을 섭렵한 경력도 미리짜맞춘 각본처럼 똑같다. 에릭손은 포르투갈 최고 명문인 벤피카 리스본과 이탈리아의 AS로마, 라치오에서 명성을 쌓아 축구종가 잉글랜드의 첫 외국인 사령탑으로 입성했고, 스콜라리는쿠웨이트와 J리그에서 잠시 외도한 것을 빼고는 그레미우, 팔메이라스, 크루제이루등 가는 곳마다 우승을 제조해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운다. 54년간 비슷한 축구인생을 걸어왔지만 지휘 스타일은 극과 극이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녀 `두목(big phil)'이란 별명이 붙은 스콜라리가 정신력과 팀워크에 바탕을 둔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한다면, 에릭손은 아이스맨(iceman)이라는 닉네임이 말해주듯 냉철한 상황판단과 치밀한 전술구사에 초점을 맞춘다. 결국 21일 시즈오카에서 열릴 `사실상의 결승전'이 두 감독의 우열을 가를 `심판의 무대'가 된 셈이다. 팀의 존망과 개인의 자존심이 걸린 이날 격돌에서 두 감독은 자신의 성격과 스타일을 실전에 그대로 투영할 것으로 보인다. 스콜라리 감독은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신념 아래 수비형 미드필더 숫자를하나만 두는 3-4-3의 공격형 포메이션으로 파상 공세를 펼 참이고, 에릭손 감독은철벽같은 수비 방어망을 구축하면서 빈 틈이 생길 경우 미리 정한 공격루트를 따라역습을 노릴 계획이다. 수중전에 대비한 전술도 마련했다는 에릭손 감독은 "아르헨티나전 때처럼 싸우면 승산이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지만, 유럽의 라이벌과 숙명의 대결을 펼치게 된스콜라리 감독도 "잉글랜드전은 우리 팀의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입맛을 다셨다. 금요일 시즈오카를 후끈 달굴 `최후의 심판'에서 누가 살아남을지에 전세계 축구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즈오카=연합뉴스) 특별취재단=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