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날레를 명예롭게 장식하겠다.' 닮은꼴 스타인 한국의 홍명보(33.포항)와 스페인의 페르난도 이에로(34.레알 마드리드)가 오는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8강전에서 자존심을 걸고 불꽃대결을 펼친다. 팀의 대들보이자 주장인 이들은 경력 등 모든 면에서 너무나 흡사하다. 대표팀의 중앙 수비를 책임지는 이들은 90년 이탈리아월드컵 이후 4회 연속 본선에 나왔고 팀내 A매치 최다 출장기록을 갖고 있는데다 플레이스타일도 흡사한 등 많은 점에서 일치한다. '대타'로 90년 처음 월드컵에 출전한 뒤 4회 연속 본선 무대를 밟아 한국축구사에 한 획을 그은 홍명보는 A매치 129회 출장(9골)으로 한국 최고이고 정확한 볼배급과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경기 운영 능력은 세계 최정상급으로 간주되고 있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최전방까지 볼을 몰고 나와 공격의 물꼬를 터주는 공격가담능력은 이에로보다 오히려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89년 9월 폴란드전에서 A매치에 데뷔한 이에로는 90년 대회에는 벤치 신세였지만 이후 스페인대표팀 수비라인의 핵심으로 부상, 94년 미국월드컵부터는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A매치 89회 출전으로 스페인 최다인 이에로는 공중전과 몸싸움이 능하고 미드필더나 최전방 공격수에게 연결하는 패스가 자로잰듯이 정확하고 날카로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페널티지역 부근에서의 직접 프리킥이 위협적인 이에로는 특히 16년간 프로로 뛰면서 100골 이상 뽑았고 A매치에서도 27골을 수확하는 등 득점력도 갖췄다. 또한 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모진 시련을 겪은 것도 유사한 점이다. 홍명보는 체력과 스피드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한때 히딩크 감독의 눈밖에 났고 이에로도 같은 이유로 우여곡절을 겪은 뒤에 겨우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이처럼 판박이인 둘은 94년 미국 대회에서 처음으로 격돌한 가운데 성적표만 놓고 보면 홍명보의 판정승이었다.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났지만 홍명보가 후반 종료직전 얻은 프리킥을 직접 골문안으로 차넣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가 마지막 월드컵 무대인 '닮은 꼴'의 노장 중 누가 각자의 조국을 4강으로 견인할 지 관심을 모은다. (대전=연합뉴스)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