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승부에서의 해결사는 따로 있는 것일까. 연장전과 승부차기 등 벼랑끝 승부와 이변으로 세계 축구팬들을 흥분시켰던 이번 월드컵 16강전에서는 새로운 해결사들이 등장, 결정적 고비에서 팀을 구해냈다. 세네갈의 앙리 카마라, 한국의 설기현, 터키의 위미트 다바라, 독일의 올리버 노이빌레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뛰어난 기량과 체력, 투지로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으면서도 조별리그에서는 간판 스트라이커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거나 부진했으나 팀이 가장 필요로 할때 승부를 가르는 '한 방'으로 보답했다. 카마라는 '죽음의 조'를 1위로 뚫고 올라온 북유럽의 강호 스웨덴과의 16강전에서 0-1로 뒤지던 전반 37분 현란한 개인기로 동점골을 뽑은데 이어 피를 말리던 연장 14분 통렬한 골든골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그는 세네갈의 주공격수이지만 슈퍼스터 엘 하지 디우프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고 골결정력 부족으로 국내에서 비난을 받았으나 조별리그 우루과이와의 최종전에서 파파 부바 디오프의 연속골을 어시스트한데 이어 팀을 8강으로 끌어올려 국가의 '영웅'으로 부상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는 한국의 왼쪽 날개 설기현 역시 비슷한 케이스. 그는 지치지않는 체력과 근성, 유럽에서 닦은 기량 등으로 히딩크 감독으로 부언젠가 일을 낼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조별리그 3경기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해 축구팬들의 애를 태우다 이탈리와의 운명의 한 판 승부에서 후반 43분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 팀을 '사지'에서 구해냈다. 설기현의 '이 한방'으로 한국 선수들은 사기충천해 연장까지 가는 117분의 사투 끝에 8강 신화를 엮어낼 수 있었다. 월드컵공동개최국 일본을 잠재우고 터키를 사상 처음 8강으로 견인한 미드필더 다발라도 16강전에서 빛을 발했다. 당초 터키 국민들은 월드 스타인 하칸 슈퀴르나 이번 대회에서 가장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는 하산 샤슈에게 큰 기대를 걸었으나 해결사는 전반 12분 결승골을 작렬한 모히칸 헤어스타일의 다발라였다. '전차군단' 독일의 해결사는 호나우두(브라질)와 함께 득점랭킹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로슬라프 클로세나 세계적 플레이메이커 미하엘 발라크가 아니라 단신(171㎝) 공격수 노이빌레였다. 스위스 출신의 노이빌레는 그동안 투톱인 클로세와 193㎝ 스트라이커 카르스텐 양커에 밀려 벤치에 주로 앉아있었으나 파라과이와의 16강전서 후반 '조커'로 투입돼 경기종료 직전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뜨렸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