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4강이다. 한국 축구가 제동장치가 풀린 `폭주기관차'의 기세로 4강이 겨루는 준결승을 향해 질주한다. `아주리군단' 이탈리아가 쳐놓은 빗장 수비마저 열어젖히는 기적을 연출하며 우승고지의 8부능선에 안착한 한국 축구가 오는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무적함대'스페인과 4강티켓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친다.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거스 히딩크 감독은 이같은 시나리오를 미리 감지하고지난 16일 수원에서 열렸던 스페인과 아일랜드 경기를 지켜보며 스페인의 장.단점을파악해 놓은 터여서 `승리 예감'은 강하게 전해져 온다. 또 수억대의 포상금과 병역혜택 등 적지않은 전리품으로 긴장을 풀만도 하지만 대표팀 선수들은 한번 더 승리함으로써 이제껏 아시아에서 이루지 못한 `4강 신화'를 엮어내 세계 축구판도를 갈아엎자는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특히 거스 히딩크 감독은 스페인 프로리그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으면서 스페인축구의 장단점을 세세히 입력해 놓은 것은 물룬 선수 개개인의 성향까지도 손바닥들여다 보듯이 파악해 놨다. 히딩크 감독은 이탈리아와의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스페인은 내 마음 속에있다"며 의미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스페인과의 만남은 90년과 94년대회에서 두차례. 90년 이탈리아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은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1-3으로 물러났고 94년 미국월드컵 조별리그에서는 홍명보와 서정원의 골로 2-2로 비겼었다. 1무1패로 열세이지만 8년뒤 월드컵 무대에서 다시 맞붙게 된 한국축구의 실력은그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다. 한국은 8강의 기적을 일궈내면서 강철같은 체력을 유지하고 있고 한골을 내주고도 언제든지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경고 누적으로 인한 결장 선수가 없다는 것도 안정된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는 요인이지만 이탈리아전에서 미드필더를 장악하던 김남일이 왼쪽 발목을 접질러 아직까지 출전이 불투명한 것이 걱정거리다. 이에 맞서는 스페인은 조직력을 앞세운 유럽식 수비 축구보다 화려한 개인기가돋보이는 남미식 공격축구를 지향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4-4-2 시스템을 사용하는 스페인은 투톱으로 나서는 라울 곤살레스와 페르난도 모리엔테스(이상 레알 마드리드)가 빼어난 골결정력을 자랑하고 중원에서 상대를 압박하는 미드필드진 역시 수비 가담보다는 공격 지향적이다. 하지만 스페인은 이번 대회 16강전까지 4게임에서 5실점, 매 경기 골을 허용할만큼 수비진이 흔들리고 있으며 후반으로 갈수록 급속히 저하되는 체력은 약팀들과의 대결에서도 고전하게 만드는 약점. 따라서 한국이 지금까지 해 온 스타일대로 빠른 침투와 강한 압박으로 승부를건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지적이다. 한걸음을 내디딜때 마다 세계 축구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한국축구가 열광적인응원을 보내 준 국민에게 또 하나의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