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이 일본 대표팀을 이끌면서 좋은 성적을 냈지만 그를 경질해야 한다는 여론은 끊이지 않았었다. 이는 트루시에 감독은 수준낮은 팀을 맡아 어느 정도까지는 끌어 올릴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만들 능력은 부족하다는 판단과 경기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적절한 승부수를 던지지 못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그리고 이는 18일 열린 터키와의 16강전에서 사실로 증명됐다. 전반 10분께 선취골을 내준 뒤 계속 경기를 리드하면서도 동점골을 뽑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된 데다 후반 투입한 스즈키와 이치가와도 기대이하여서 뭔가 분위기를 반전시킬 묘책이 절실했지만 트루시에 감독은 새로운 승부수를 던지지 못했다. 그러다가 경기종료 4분을 남기고서야 겨우 카드를 뽑았다. 튀니지와의 경기에서 후반 3분 선취골을 뽑아 내며 일본의 2-0 승리를 주도했던 모리시마를 투입한 것. 스피드가 뛰어난 모리시마의 움직임은 단연 발군이었고 지칠대로 지친 터키 선수들은 모리시마를 막지 못해 속수무책이었지만 일본이 동점골을 뽑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트루시에 감독은 승부수를 너무 늦게 던져 패배를 자초한 꼴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거스 히딩크 한국감독이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던진 승부수는 다소 무모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과감하면서도 빨랐다. 후반 17분 히딩크 감독은 수비수 김태영을 빼고 최전방 공격수 황선홍을 투입하는 결단으로 이탈리아 벤치는 물론 관중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이것은 승부수의 시작일뿐이었다. 23분께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남일이 발목을 다치자 공격형 미드필더인 이천수를 투입해 공격력을 더욱 강화했고 이것도 모자라 후반 종료 7분전에는 중앙수비수 홍명보마저 빼고 차두리를 기용했다. 이같은 승부수는 후반 종료 2분을 남기고 동점골로 이어졌고 결국 연장전에서 골든골로 기적같은 역전승을 일궈내는 원동력이 됐다. 경기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승부수를 던진 히딩크감독, 반대로 주저주저하다 타이밍을 놓친 트루시에 감독. 이들의 머리싸움에서 일본은 탈락하고 한국은 8강에 오르는 기적을 낳았다. (대전=연합뉴스)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