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리(Azzuri) 군단' 이탈리아를 잠재운 연장골든골의 주인공 '테리우스' 안정환(페루자)은 이번 대회 한국축구대표팀의 최고 해결사. 안정환은 이날 연장 후반 11분 이영표의 패스를 머리로 받아 이탈리아의 골네트를 출렁이며 한국을 단숨에 8강반열에 올려놓았다. 이미 지난 10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미국과의 조별리그에서 극적인 헤딩동점골을 뽑았던 안정환은 화여한 드리블에 이은 감각적인 슈팅이 특기인 대표팀내유일한 빅리거다. 안정환은 지난 4월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교체투입돼 2골을 넣어 '조커'로서의 입지를 확실하게 굳혔으며 이날 해결사의 면보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긴 머리를 날리며 탁월한 볼 키핑력으로 그라운드를 휘젓다가 큰 제스처와 함께강슛을 날린뒤 골을 넣고는 결혼반지에 입을 맞추는 모습은 안정환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타고난 개인기를 앞세워 펼치는 시원시원한 플레이와 오른발을 떠난 볼이 네트를 세차게 흔들 때는 관중들의 함성으로 그라운드가 가득 찼다. 90년대 후반 한국축구에 대대적인 오빠부대가 형성된 것도 안정환의 영향이었다. 안정환은 일부 전문가로부터는 `멋진' 플레이에 집착하다보니 오히려 슛 타이밍을 놓치는 등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초부터 한국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거스 히딩크 감독도 안정환에 대해서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거친 몸싸움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수비 가담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빌미였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두번째 시즌을 보내면서 생긴 선진축구의 생존법과 대표팀에서조차 주전을 꿰차지 못한 데서 나타난 위기감은 안정환을 확 바꿔놓았다. 공을 잡는 순간부터 마지막 슈팅까지 혼자서 하려는 개인주의도 많이 개선돼 옆으로 빠져 들어가는 동료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슛동작도 불필요함을 없애 훨씬간결해졌다. 지난 4월 스페인전지훈련때 튀니지, 핀란드전, 이어 지난 20일 코스타리카전에서 보여 준 모습은 히딩크 감독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지는 못했지만 그의 존재가치를 보여줬고 월드컵 본선 엔트리 최종 포함 가능성을 높여놓았다. 초등학교때(서울 대림초) 선배의 권유로 축구에 입문했다는 안정환은 남서울중-서울기공-아주대를 거치면서 엘리트코스를 밟았다. 93년에는 고교대표로 뽑혔고 94년에는 19세이하 청소년대표, 97년에는 동아시아대회 및 하계유니버시아드대표를 지냈고 그 해 월드컵대표팀 상비군에도 포함됐다. 프로축구에 뛰어 든 98년 `베스트11'에 선정된 데 이어 이듬해에는 프로축구선수로서 최고영예인 MVP가 됐다. 2000년 7월에는 부산 아이콘스에서 이탈리아 1부리그 페루자 F.C로 임대돼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싶다는 꿈을 마침내 이뤘다. 미국전을 포함, 지금까지 치른 A매치는 모두 23회. 첫 출전이 5년전이었다는 점과 큰 부상이 없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렇게 많은 출장은 아니다. 99년 6월 코리아컵대회 멕시코전에서는 A매치 데뷔골을 터트렸고 2000년 12월도쿄에서 열린 한일전에서도 결승골을 넣어 A매치 통산 5골을 기록중이다. 이날 결승골로 자신이 뛰고 있는 이탈리아 세리에A 스타들을 망연자실하게 만든안정환이 얼마나 더 비상할 지 주목된다. (대전=연합뉴스)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