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골든골은 동점골과 마찬가지로 기적같이 터졌다. 연장전 후반 종료도 3분밖에 남지 않은 시간. 이미 양 팀 벤치는 승부차기까지 갈 것으로 보고 키커 5명을 누구누구로 정할지 고민에 들어 간 시간이었다. 시물레이션을 하던 토티의 퇴장으로 수적우세를 차지한 한국이었지만 지칠줄 모르는 이탈리아 선수들의 체력에 고전하고 있어 골든골은 쉽사리 터질 것 같지 않은분위기였다. 왼쪽 측면에 있던 이천수에게 볼이 연결된 것은 이런 상황에서였다. 측면 공격이 주특기인 한국의 공격형태로 봤을 때 흔히 있는 평범한 순간이었다. 측면을 돌파할 듯 하던 이천수는 상대 수비수들이 조여오면서 돌파가 어려울 듯하자 뒤쪽에 받치고 있던 이영표에게 밀어줬다. 상대골문 앞에 안정환, 황선홍 등이 포진해 있는 것을 재빨리 확인한 이영표는곧바로 깊숙하게 센터링했고 볼은 달려들던 안정환의 머리에 정확하게 맞았다. 그리고 안정환의 머리를 떠난 공은 상대 골키퍼 부폰이 다이빙하면서 뻗은 손을피해 골문 오른쪽 모서리로 빨려 들어갔다. 조별리그 2차전인 미국전에서 안정환이 동점골을 터트리던 것과 너무도 흡사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안정환을 비롯한 공격수들은 코너플랙 부근에서 첩첩이 포개진 채 기쁨을 만끽했고 이탈리아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퍼질러 앉거나 쓰러져 믿기지 않는 패배를 아쉬워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도 그라운드로 달려 나가 빈 주먹으로 하늘을 가르며 '세계를 놀라게 한 대 사건'을 자축했다. (대전=연합뉴스)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