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 기관차' 한국축구가 세계 정상까지 질주하겠다는 신호탄을 쐈다. 지난 54년 스위스월드컵 첫 출전 이후 2라운드 진출은 커녕 1승조차 올리지 못했던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우승후보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진출한 뒤아주리 군단 이탈리아마저 물리치고 질주를 계속했다. 8강 상대가 호화멤버로 구성된 무적함대 스페인이지만 어느 팀도 무섭지 않다는자신감으로 가득 찬 태극전사의 기세는 4강을 넘어 우승까지 넘볼 태세다. 1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거둔 승리는 한국을 `아시아'라는 우물 밖으로 끄집어 내 이제는 세계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참가팀이 16개를 넘지 않았던 제1회 우루과이대회부터 제11회 78년 아르헨티나대회까지를 제쳐놓는다면 24개팀이 참가하기 시작한 82년 스페인대회부터 32개팀이참가한 98년 프랑스대회까지 8강에 한번이라도 들었던 팀은 22개국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의 204개 회원국 중 10%에 불과하다. 비록 북한이 16개팀이 참가한 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서 8강(2라운드)에 오르기는 했지만 유럽과 남미대륙 팀들이 휩쓰는 80년대 이후의 현대축구사에서 한국은 아시아대륙 팀 중에서는 유일하게 8강(3라운드)에 오른 팀으로 기록됐다. 한국은 이번 대회 8강이라는 수치상의 성과 이외에 경기 내용면에서도 세계 정상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전 대회에서 보여줬던 미숙했던 경기운영은 찾아 볼 수 없었고 미드필드에서체력과 스피드로 상대를 강하게 압박, 내로라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을 꼼짝 못하게 했다. 특히 공격수와 미드필더, 수비수를 가리지 않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라운드전역을 휘젓는 체력은 상대 팀이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이처럼 향상된 실력 앞에 루이스 피구의 포르투갈, 크리스티안 비에리의 이탈리아도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한국축구는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 아니라 본격적인 정상 도전을 향한 출발선상에 서 있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황선홍, 홍명보 등 한국축구를 지탱했던 노장 선수들이 대표팀을 떠나게 되고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새롭게 팀을 구성해야 한다. 또한 네덜란드 국적의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원히 잡아 둘 수 만큼 그가 이번월드컵에서 일궈낸 성과를 바탕으로 차기 사령탑은 더욱 발전된 전술을 짜내야 하는과제도 남겨 놓았다. 82년부터 98년 월드컵대회까지 8위안에 든 팀은 22개지만 이중 2회 이상 8강에진출한 팀은 8개팀에 불과하고 98년 대회에 눈부신 성적을 냈던 프랑스나 크로아티아가 초반 탈락하는 예를 보더라도 정상권에 지키기가 얼마나 힘든 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 강호 대열에 명함을 내민 한국대표팀의 상승세가 차기대회에서도 계속 이어지기 위해서는 선수와 대한축구협회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전=연합뉴스)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