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울었다.' 18일 2002한일월드컵축구 일본-터키 경기가 열린 미야기월드컵경기장.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일본 선수들은 물론 목이 터져라 '닛폰'을 외쳐대던 일본 관중들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오전부터 줄기차게 내려대던 빗줄기 탓에 눈물인지 빗물인지 분간할 수 없었지만 분명히 이들은 하늘과 함께 울고 있었다. 잠시 망연자실했던 선수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고 도다 가즈유키 등 몇몇 선수들은 아예 웃통까지 벗고 대성 통곡했다.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도 비록 울먹이지는 않았지만 특유의 자신감은 간 데 없고 아쉬움만 남은 표정이었다. 미디어센터에 있던 일부 일본 기자들은 전화기를 붙잡고 울면서 기사를 부르기도 했다. 장대비 속에 우산도 없이 응원을 보냈던 4만여 일본팬들도 0-1의 패배가 끝까지 믿어지지 않는 듯 비를 맞으면서도 자리를 뜰 줄 몰랐다. 한쪽 구석에 자리잡은 1천명 남짓한 터키 응원단이 승리의 감격에 국기를 흔들며 기뻐한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특히 일본 서포터스 '울트라 닛폰'은 잠시 어찌 해야할 바를 몰랐으나 한참이 지난 뒤에야 응원가를 부르고 '닛폰 간바래'를 외치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날 일본팬들은 경기 중 상대 선수가 다쳐 쓰러지거나 주심이 일본 선수에게 경고를 주면 어김없이 '우'하고 야유를 보내는 등 과열된 분위기를 보여 사고 발생가능성도 우려됐다. 그러나 정작 경기가 끝나자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일본 관중들은 슬픈 표정 속에서도 서로를 위로하며 차분히 귀가하는 모습으로 '일본인다운' 질서 의식을 과시했다. (미야기=연합뉴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