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악마'가 이번 월드컵의 최고스타로 떠올랐다. 외국 언론들은 지난달 31일 월드컵개막 이후 붉은악마가 펼치는 한국팀 응원전을 자세히 소개하며 다양한 시각에서 이를 분석하고 있다. 붉은악마가 '12번째 선수로 한국팀 선전의 1등공신'이란 것은 외신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미국 CNN은 '열광적인 군단(a fanatical army)'이라 묘사하고 '거스 히딩크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팀의 비밀병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질서정연한 응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한국이 '레드(공산주의) 콤플렉스에서 벗어났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그러나 한국팀과 경기를 한 상대국들은 다소 민감한 반응도 보이고 있다. 붉은악마들의 함성이 상대팀에는 그만큼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칼럼을 통해 "붉은악마들의 열기는 축구장 난동꾼이나 차량에 불을 지르는 유럽과 러시아 스킨헤드들의 광기와는 다른 것"이라며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고 질서정연하게 응원을 펼친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 14일 한국팀이 미국전에서 동점골을 터뜨린 후 '오노 세리머니'를 펼치자 붉은악마들이 높은 호응도를 보였다"고 전하고 "이는 한국인들이 미국에 대한 분노를 절제되고 일치되게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베이징 최대 일간지인 천바오(晨報)는 "중국은 축구공 하나로 전 국민이 똘똘 뭉친 한국을 배워야 한다(中國要學習韓國雷鋒)"고 강조했다. 또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응원단의 열렬한 응원이 아니라 응원 후 쓰레기를 줍는 그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라고 부러워했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17일 "붉은악마로 상징되는 한국의 월드컵 열기가 지난 수십년간 한국 사회를 억눌러온 '레드 콤플렉스'로부터 한국을 해방시켰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붉은 색은 북한의 스탈린주의자,과격 학생조직,마지막 냉전 지역에서의 최고 경계상태를 연상시켰으나 이제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선전을 상징하는 색깔이 됐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이제 붉은 색은 한국을 상징하는 색깔,강렬함과 유대,조국에 대한 자부심을 의미하는 색깔로 변했다"고 전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 붉은악마를 세계에서 '가장 소란스럽고 위협적인(the noisest and most intimidating)' 응원단이라고 꼬집었다. 신문은 "붉은 악마가 '히스테리에 가까울 정도로(the borders on the histerical)' 열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이어 "아일랜드-스페인 16강전이 무승부로 전·후반이 끝나자 한국관중들은 연장전이 있는 것도 모른 채 경기장을 빠져 나갈 정도로 '정작 축구에 대한 지식은 없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오광진 기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