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가 신바람을 내며 공세를 펼치던 전반 8분. 수세에 몰리던 미국이 미드필드 진영에서 걷어 내다시피 찬 볼이 오른쪽 측면공격수로 기용된 클로디오 레이나의 발에 연결됐다. 이 때까지만 해도 멕시코 수비는 별로 긴장하지 않는 눈치였다. 볼을 잡은 선수가 측면돌파가 장기인 랜던 도너번이 아니라 주전 플레이메이커인 레이나였기 때문에 고작해야 중앙으로 직접 센터링하거나 뒤로 돌려 다른 루트를찾을 것으로 생각하는 듯 했다. 그러나 레이나는 멕시코 수비수들의 예상과 달리 직접 돌파를 시도했고 엔드라인까지 파고든 뒤 넘어지면서 센터링했다. 골대옆 엔드라인 바로 앞에 있던 조시 울프가 원터치패스로 페널티지역으로 파고들던 브라이언 맥브라이드에게 짧게 내주자 맥브라이드는 그대로 오른발슛, 네트를 세차게 흔들었다. 상대공격을 막아내는 데 급급하다 기습 공격으로 만들어 낸 멋진 선취골이었고미국의 8강행 결정탄이었다. 미국은 조별리그에서처럼 멕시코를 맞아 줄기차게 공격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과달리 수비위주 플레이를 전개했고 공격에 치중하는 상대의 수비 허점을 틈탄 기습공격을 주된 득점방정식으로 잡았다. 주전 수비수 2명이 결장하는 바람에 수비가 약해질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나온작전이었으며 미드필더 4명도 수비라인과의 간격을 가능한 좁히도록 했다. 이 작전은 결국 미국이 방어망을 튼튼히 쌓으면서도 효과적인 공격을 펼칠 수있도록 이끌었다. 선취골과 마찬가지로 후반 20분 터진 추가골도 기습작전이 일군 성과였다. 왼쪽 수비수인 에디 루이스가 왼쪽 사이드라인을 따라 기습돌파하다 센터링하자중앙에 있던 도노번이 헤딩슛, 멕시코의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멕시코는 전반 28분만에 라몬 모랄레스를 빼고 올해 33세인 노장 루이스 에르난데스를 전격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으나 힘과 높이, 속도의 우위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방어를 펴다 역습하는 미국의 효과적인 플레이에 휘말렸다. 더구나 결정적인 득점찬스는 미국 수문장 브래드 프리덜의 선방에 잇따라 막혔고 후반 10분 코너킥 때 존 오브라이언이 문전에서 손으로 공을 쳐냈음에도 주심이그대로 경기를 진행하자 이후 신경질적인 플레이로 제 발을 스스로 묶는 화를 불렀다. (전주=연합뉴스)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