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습에 주의하고 미드필드를 장악하라.' 8강전 티켓을 놓고 18일 대전 월드컵 구장에서 '아주리 군단'이탈리아와 격돌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승패 여부는 미드필드를 얼마나 철저히 지배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탈리아 공격의 특징은 견고한 수비를 바탕으로 상대방 공격을 중간 차단한 뒤 최전방 공격수에게 한 번에 패스,골을 넣는 것이다. 착실한 미드필드 플레이를 펼치며 상대방을 교란시키는 스페인 포르투갈과 달리 빠른 역습으로 승부를 내는 스타일이다. 일본 프로축구 오이타팀의 황보관 감독은 "이탈리아 미드필더들이 최전방으로 한 번에 찔러주는 패스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막아내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이에 대비해 강한 압박으로 세계적인 강호들을 무력화시킨 이영표 김남일 유상철 송종국을 미드필드에 포진시킨다. 이들은 지칠줄 모르는 체력과 끈질긴 볼 집착력,날카로운 패스 타이밍 등을 고루 갖추고 있어 거친 몸싸움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탈리아 미드필더들을 제압할 수 있다. 지난 86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와 맞붙었던 최순호 포항 스틸러스 감독도 "이탈리아 선수는 다혈질이어서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하면 경기를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고 말해 미드필더들의 터프한 경기운영을 주문했다. 미드필드에서의 1차 방어벽이 무너진다고 해도 김태영-홍명보-최진철로 이어지는 수비라인이 비에리 토티 인차기 등 이탈리아 공격수를 밀착 마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쉽게 골을 내주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좌우 윙백인 이영표 박지성의 수비가담 능력이 발군이기 때문에 한국의 수비 부담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이처럼 이탈리아의 역습만 적절히 차단한다면 한국은 얼마든지 골 찬스를 잡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탈리아의 '빗장수비'가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한국전에는 수비의 핵인 파비오 칸나바로가 결장해 수비 라인의 중량감은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한국은 이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황선홍과 설기현 박지성을 최전방에 투입한다. 황선홍이 상대 수비를 휘저으며 적극적으로 공간을 만들고 설기현과 박지성이 결정타를 날린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16강 진출로 사기충전한 태극전사가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골을 넣을 수 있다.한국을 이기기 위해선 한 골이면 충분하다"고 말한 토티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길 기대한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