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한일월드컵에 출사표를 던진 각 팀 감독들이 독특한 지휘스타일과 축구철학 못지않게 특유의 입담을 자랑하고 있다. 세기의 명장들이 경기 후 늘어놓는 '승부의 변(辯)'은 냉철한 분석부터 폭발 직전의 분노까지 다양한 유형으로 표출되고 있다. 조별리그와 16강전에서 나타난 감독들의 인터뷰 유형을 정리해본다. ▲불복형= 심판 판정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는 스타일. 스페인의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감독은 아일랜드와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이기고도 "후반 45분에 페널티킥을 주다니 수긍할 수 없다.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빈다"며 주심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빅토르 푸아 우루과이 감독은 세네갈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비겨 탈락한 뒤 "심판에 희생당했다. 페널티킥 판정은 오심이었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포르투갈의 안토니우 올리베이라 감독도 한국에 지고 난 뒤 심판 판정에 동의할수 없다는 한마디를 빼놓지 않은 경우. ▲분석형= 담담한 어조로 경기 내용을 분석하고 다음 경기에 대비한다. 냉철한 승부사 스벤 고란 에릭손 잉글랜드 감독이 대표적. 첫 경기 스웨덴전에서 비기자 "공정한 결과였다"고 평했고 또다시 비긴 나이지리아전에선 "기회가 더많았다"는 말만 하고 감정은 일체 드러내지 않았다. 루디 푀일러 독일 감독도 카메룬전 승리 후 "공수의 조직력이 밑거름이 됐다"며분석적인 논평으로 일관. ▲자족형= '우리 팀이 자랑스럽다'고 침이 마르도록 자화자찬하거나 소박한 목표에 만족하는 유형. 아일랜드의 마이클 매카시 감독은 스페인에 져 8강 진출이 좌절된 뒤 선수들을칭찬하는데 인터뷰 시간 대부분을 할애했다. 노련한 승부사인 파라과이의 세사레 말디니 감독과 브라질 출신 알렉산데르 기마라에스 코스타리카 감독도 "우리 팀 선수들이 최상의 플레이를 펼쳤다"는 말로 승부의 변을 대신했다. 아마르 수아야 튀니지 감독은 "애초부터 우리 목표는 16강이 아니라 좋은 경기를 하는 쪽에 있었다"며 결과에 만족해 했고, 나세르 알조하르 사우디 감독도 완패한 아일랜드전 직후 "그래도 전반은 우세했다"며 애써 위안했다. 첫 출전한 에콰도르의 에르난 다리오 감독도 마지막 경기에서 크로아티아를 꺾고 난 뒤 승점 3을 얻어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자위했다. ▲상대 칭찬형= 자족형과 반대로 상대를 먼저 추켜세우는 겸손형. 러시아의 올레크 로만체프 감독은 "벨기에가 우리보다 훨씬 잘한 것 같다"며 망설임없이 패배를 시인했다. 아프리카 8강 돌풍을 재현한 세네갈의 브뤼노 메추 감독은 스웨덴과의 16강전에서 이긴 뒤 "죽음의 조를 수위로 통과한 스웨덴은 대단한 강팀이었다"며 상대 팀을예우했다. 중국의 보라 밀루티노비치 감독은 상대 팀에 대해서는 아니지만 "홈그라운드처럼 느끼게 해줘 고맙다"며 한국 팬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체념.탄식형= 패배를 신의 뜻으로 돌려버리거나 장탄식을 그치지 않는 유형. 나이리지라의 아데그보예 오니그빈데 감독은 "16강 탈락도 신의 뜻에 따른 것일뿐"이라며 종교적 멘트로 인터뷰를 마쳤다. 16강 탈락의 충격에 접한 마르셀로 비엘사 아르헨티나 감독은 "내 생애 최악의날이다. 꿈이 산산조각 났다"며 탄식을 금치 못했다. ▲야심형= 잘 하고 있지만 더 잘해야 한다는 욕심을 감추지 않는 스타일. 브라질의 루이즈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승승장구를 거듭하면서도 "가끔씩 우리 본연의 플레이를 놓친다"며 끈을 조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스콜라리 감독은 조별리그가 한창 진행될 때 "프랑스, 아르헨티나는 위기를 겪고 있어도 반드시 올라간다"고 논평하는 등 다른 팀 얘기도 빠지지 않고 개입하는마당발형으로도 분류할 수 있다. 한국의 거스 히딩크 감독도 16강 진출후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며 야심을숨기지 않았다. 8강 상대가 될 지 모를 스페인-아일랜드전을 관전하러온 것도 바로야심이 드러낸 대목이었다. (서울=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