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축구팬들은 한국과 미국의 결전 못지않게 미국과 멕시코의 8강 진출 한 판 승부에 온통 관심이 집중돼 있다. 특히 워싱턴과 인근 버니지아 주 및 메릴랜드 주에 사는 멕시코계 미국인들은 16일 새벽 2시 30분(현지시간) 에 생중계되는 미-멕시코전을 앞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축구광인 멕시코계 미국인들은 "조국 멕시코를 응원하자니 미국이 울고 제2의 고향 미국을 응원하자니 조국이 걸려 울쌍을 짓고 있다"고 워싱턴 현지 언론들이 15일 전했다. 미국과 멕시코의 관계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취임후 처음으로 외국에 방문에 나선 곳이 멕시코일 뿐 아니라 지금까지 미-멕시코 정상회담과 전화 정상회동만도 손으로 꼽기 어려울 만큼 잦아 한마디로 선린우호관계로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 부시 대통령은 멕시코계 불법 미국체류자 약 350만명을 위해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법안을 추진할 정도로 부시 행정부 출범후 양국관계는 순풍에 돛단 듯좋은 편. 그러나 미국과 멕시코는 월드컵 8강 진출을 놓고 이번에는 "적"이자 반드시 눌러야 하는 맞상대로 한국땅 전주에서 한판 승부를 치러야 할 판. 이 곳 멕시코계 워싱턴 시민들은 "멕시코계 교민들의 화제는 온통 미국과 멕시코 경기에 쏠려 있다"며 "젊은 세대들은 대부분 미국을 응원하려 하지만 나이든 세대는 그래도 자기의 뿌리인 멕시코를 응원하는 추세"라고 설명.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미-멕시코 결전 기사를 3면 머리로 싣고 "미-멕시코 결전이 멕시코계 이민세대들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그러나 멕시코계 이민자들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와있다"며 멕시코계 이민사회 동정을 자세히 보도했다. 미국과 멕시코가 월드컵 16강전에 나란히 진출해 8강 진출을 놓고 맞붙기는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왜 하필이면 미국이냐"며 운명의 한 판 승부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는 것.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