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서는 패했지만 응원에서는 승리했다. 16일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아일랜드와 스페인의 16강전이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아일랜드팀의 홈구장과 다름없었다. 2천여명의 아일랜드 응원단은 대표팀 유니폼 색깔인 녹색 상의를 일제히 입고양쪽 골대 뒤쪽과 본부석 맞은편 관중석에서 열렬한 응원을 펼쳤다. 스페인 관중들도 붉은색 모자와 티셔츠를 착용하고 나왔지만 본부석 왼쪽 골대뒤쪽에 100여명이 흩어져 앉아 아일랜드 응원단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경기 시작전부터 아일랜드의 응원은 스페인을 압도했다. 스페인의 국가에 이어 아일랜드 국가가 연주되자 선수들과 2천여명의 아일랜드응원단이 큰 소리로 국가를 불러 기선을 제압한 것. 아일랜드 응원단은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투지로 밀어 부치는 자국 선수들의 플레이처럼 잠시도 쉬지 않고 박수와 함께 `아일랜드'를 외쳤다. 전반 8분 스페인에 선취골을 내주고도 기가 죽지 않은 아일랜드 응원단은 후반16분 이언 하트가 페널티킥을 실패한 뒤에도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았고 후반 45분로비 킨이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뽑자 경기장이 떠날 갈 듯 환호성을 질렸다. 하지만 연장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에 들어간 아일랜드가 2번키커부터 4번키커까지 내리 골을 성공시키지 못해 패배가 굳어지자 열띤 응원의 목소리는 `아'하는 장탄식을 바뀌었다. 아일랜드 응원단은 경기가 끝난 뒤 투지로 아쉬움 없는 한판을 펼친 자국 선수들을 따뜻한 박수로 격려한 뒤 언젠가는 아일랜드가 축구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수원=연합뉴스)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