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리군단'의 해결사인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28.유벤투스)가 18일 한국과 8강의 길목에서 벌이는 '운명의 한 판 승부'에 선발 출장할 것인가. 크리스티안 비에리-프란체스코 토티 투톱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않고 있는 조반니 트라파토니 감독과 델 피에로의 선발 출장을 원하는 이탈리아 국내 여론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트라파토니 감독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비에리-토티 투톱을 선발 출장시키는 바람에 델 피에로는 벤치 신세를 져야했다. 델 피에로는 에과도르와의 1차전에서는 후반 29분 토티와 교체돼 투입됐고 팀이1-2로 패한 2차전에서는 구경만 했으며 멕시코와의 3차전에서는 후반 33분 다시 토티 대신 출격했다. 특히 멕시코와의 경기에서는 팀이 0-1로 뒤져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투입됐고그는 경기종료 5분전 그림같은 헤딩슛으로 동점골을 뽑아 팀을 탈락의 위기에서 구해냈다. 델 피에로의 진가가 입증되자 이탈리아 축구팬들과 일부 언론은 한국전에서 그의 선발 출장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선 것. 비에리-토티 투톱은 에콰도르와의 1차전에서는 한 골을 합작했으나 크로아티아전과 멕시코전에서 비에리는 제 몫을 다한 반면 토티는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단 비에리는 트라파토니 감독의 신뢰가 절대적인데다 이번 대회에서 3골을 뽑았기 때문에 한국전에서도 선발 출장이 기정사실화돼 있고 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따라서 투톱의 남은 한자리를 놓고 감독의 '편애'를 받고 있는 토티와 여론을업은 델 피에로가 다투고 있는 상황. 델 피에로와 토티는 겉으로는 둘 사이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으나 주전 경쟁 관계에 있는데다 이미 대회전 등번호 배분을 놓고 한차례 '신경전'을 벌였다. 둘 다 이미 세계적인 스타로 팀에서 가장 상징적인 배번인 '10번'을 원했으나결국 토티의 등에 '10번'이 돌아갔고 델 피에로는 자존심을 접고 '7번'을 받아들여야했다. 물론 이들이 같이 뛸 수도 있다.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델 피에로는 토티, 인차기 등과 함께 3각 편대를 구성해 좋은 경기내용을 선보인 바 있다. 따라서 트라파토니가 비에리의 투톱 짝으로 델 피에로를 선택한다면 토티는 원래의 위치인 공격형 미드필더로 돌아가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트라파토니의 신임이 두터운 인차기가 제외돼야 한다. 델 피에로와 인차기를 선발 투입한다면 토티가 벤치 신세를 져야 한다. 델 피에로는 자신이 선발 출장할 경우 플레이메이커로는 멕시코전에서 한 골을합작한 빈첸초 몬텔라를 은근히 원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토티와 인차기가 함께 구경꾼에 머물러야 한다. 결국 하나를 살리면 다른 하나를 버려야 하는 구조속에 트라파토니 감독이 과연이탈리아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한국과의 경기에서 비에리의 짝으로 누구를 넣고 누구에게 중원의 지휘(플레이메이커)를 맡길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트라파토니가 토티를 선발 투입해 승리한다면 별 문제가 없겠으나 델 피에로를벤치에 앉힌 상태에서 패배한다면 용병술의 실패에 따른 여론의 포화를 감당할 수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그가 이같은 위험을 감안해 토티는 전반, 델 피에로는 후반에 각각투입시켜 동등한 기회를 주는 카드를 뽑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단= kim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