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히딩크가 있다면 일본에는 트루시에가 있다.'

일본팀을 월드컵 16강에 올려 놓은 필립 트루시에 감독이 거스 히딩크 감독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축구대표팀을 사상 최초로 16강으로 이끈 트루시에 감독에게 국민영예상 수여를 검토하라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지시에 따라 내각부를 중심으로 내부작업에 착수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14일 일본이 튀니지를 누르고 16강 티켓을 따낸 후 이같은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출석 때문에 경기장에 가지 못하고 TV로 시합을 지켜본 그는 일본이 승리하자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일본의 국민영예상 표창규정은 '국민 다수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사회에 밝은 희망을 안겨주는 등 현저한 업적을 쌓은 사람'을 수상자격자로 규정하고 있다.

국적조항은 없다.

그가 국민영예상을 받으면 재계에 이어 스포츠계에서도 또 한명의 프랑스인 스타가 탄생하게 된다.

닛산자동차를 도산위기에서 건져내 우량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사장(48)과 함께 '일본을 완전히 뜯어고칠 두 명의 프랑스인 영웅'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트루시에의 리더십을 '화합과 조화를 통한 팀워크 중시'라고 지적한다.

팀을 위해 개인은 자신을 죽일 줄 알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란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일본 축구의 영웅 나카타 히데토시와 작년 여름부터 끊이지 않는 마찰을 빚어 왔다.

나카타는 컨페더레이션컵이 한창이던 작년 8월 자신이 소속된 이탈리아 프로팀의 시합을 위해 이탈리아로 돌아가야 된다고 우겼고 이를 만류하는 트루시에 감독과의 불화가 절정에 달했다.

그는 대표팀 선수선발에서 개성이 강한 일본의 스타플레이어 나카무라 준스케를 탈락시키기도 했다.

트루시에 감독은 또 인간성을 중시하는 인물이다.

그는 아시안컵 대회 당시 레바논에 머물고 있을 때 일본 선수들과 함께 현지 고아원을 전격적으로 방문하는 따뜻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스포츠맨이기 전에 인격과 합리적인 사고를 갖춘 성인이 되라는 게 그의 주문이었다.

국제화 경험도 강조했다.

때문에 유럽 강팀들을 잇따라 초청하거나 일본 팀을 수차례 해외원정길에 오르게 했다.

평론가인 사토 마사아키는 그에게 '창조적 파괴자'라는 찬사를 보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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