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현지 교민과 상사 주재원 등은 14일 한국팀이 사상 첫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룩한데 대해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면서도 포르투갈이 희생양에 된 것이 내심 부담스럽다는 난처한 반응을 보였다. 리스본 교외의 최경보 대사관저 잔디밭에 마련된 옥외 대형 TV앞에서 경기장면을 지켜본 교민 50여명은 대형태극기를 어깨에 두드로 수기를 흔들며 "대-한민국"을 소리높여 외치는 등 한국팀을 열렬히 응원했다. 그러나 전반전 중반 폴란드가 예상을 뒤엎고 미국에 1대0으로 앞서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때 '폴란드'를 연호하며 한국의 순탄한 16강 진출을 기원하면서 한국과 포르투갈이 동반진출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따지기 시작했다. 이어 후반들어 폴란드의 압승이 기정사실화되고 한국의 천금의 결승골을 터뜨리자 한국과 포르투갈의 동반진출을 염원하는 뜻에서 경기종반에는 오히려 포르투갈과 응원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돌변'했다. 이들은 루이스 피구가 공을 잡을 때마다 '피구'를 외쳤으며 후반 88분 페널티지역 우측에서 날린 회심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교민들은 경기 종료와 함께 포르투갈의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포르투갈 정부 관계자와 취재진들에게 "미안하게 됐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한 교민은 "한국이 승리를 거둔 것은 잘됐지만 공교롭게도 축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포르투갈이 희생양이 되는 바람에 앞으로 현지 생활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내심 걱정된다"고 말했다. 교민응원석에서는 "우리가 져줘도 올라간다" "양국이 동점으로 비겨서 미국에 본떼를 보여줬어야 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날 한국응원단에는 지난 91년 포르투갈에서 열린 세계청소년대회에서 포르투갈과 남북한 단일팀의 경기를 응원했다는 소진화 전교민회장 등이 다수 포함됐으며 한 교민은 11년전에 입었던 한반도 지도가 그려진 응원복을 챙겨 입고 나왔다. 대사관저 경기시청에는 한국교민들의 응원모습을 생중계한 포르투갈 방송사 취재진을 비롯해 멘데스 정무장관, 지난 88년 주한 대사를 지낸 루이스 로라루이스,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모로코 대사들도 참석했다. (리스본=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