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포르투갈이 두렵지 않다. 패배도 없다. 한국이 월드컵 D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박지성의 환상적인 개인기에 의한 득점으로 거함 포르투갈을 침몰시키며 36년의 한(恨)을 풀었다. 사실 한국은 그동안 남북한 모두 포르투갈과의 국제 축구경기에서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었다. 북한 축구가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에 석패했고, 청소년 국제 축구대회에서도 남북단일팀과 한국팀 모두 패배했었다. 포르투갈과의 악연은 지난 1966년 영국 월드컵에서 벌어진 북한과 포르투갈의 8강전에서 시작됐다. 북한은 전반 일방적인 공격 속에 박승진 이동운 양성국이 3골을 몰아넣으며 승리를 예고했다. 그러나 포르투갈의 '검은표범' 에우제비오의 불꽃같은 공격에 4골을 헌납하며 5대 3으로 역전패하고 말았다. 지난 91년, 99년 세계청소년 축구대회에서도 한국은 각각 남북단일팀인 코리아팀과 한국대표팀이 포르투갈에 패해 4강과 8강 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 히딩크 감독의 체계적인 지도 아래 실력이 일취월장한 한국대표팀.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대역사를 쓴 태극전사들에게 포르투갈 징크스는 더이상 설 곳이 없어진 것이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