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물러설 자리도 없고, 물러서서도 안된다' 한국과 포르투갈전이 열리는 14일 항구도시 미추홀은 16강 진출을 간절히 열망하는 기대와 설렘, 흥분의 도가니다. 260만 시민들은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리는 인천에서 태극전사들이 포르투갈을 꺾고 한국 축구역사에 신기원을 이룩해주길 간절히 염원했다. 시내 곳곳에는 오전 일찍부터 월드컵 16강 진출을 바라는 붉은 물결이 출렁이고 길거리는 벌써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 '우리는 하나다' 포르투갈전 승리에 대한 갈망은 너와 내가 따로없이 모든 시민이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터미널, 경인전철역 등은 전국의 축구팬들과 붉은악마들이 속속 몰려들면서 한낮의 무더위보다 더욱 뜨겁다. 태극기를 몸에 두른 붉은악마, 얼굴에 태극기를 페인팅한 어린 소년, 손에 태극기를 든 30대 주부. 이들 모두가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쳐대며 '한국축구의 역사를 새롭게 써보자'며 다짐한다. 인천시민들도 "우리 팀이 포르투갈을 이긴 미국과 비긴 것만 봐도 상대적이긴 하나 포르투갈을 격파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감격의 드라마를 연출해 주기를 희망했다. 이날 오전 6시부터는 남은 입장권을 사기위해 삼삼오오 몰려든 400여명의 축구광들이 문학야구장 앞 매표소에서 현장 판매시간을 기다리며 온통 축구에 대한 얘기로 꽃을 피웠다.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문학플라자에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붉은 티-셔츠 차림의 축구팬 100여명이 오전 6시부터 나와 응원열기를 점차 고조시켰다. 경기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흥륜사, 호불사 등 절과 순복음교회에서 일부 시민들이 한국의 16강 진출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지선(38.주부. 인천 연수구)씨는 "경기장에는 못가지만 경기장 인근에 설치된 전광판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하겠다"며 "태극전사들이 너무 부담갖지 말고, 제실력을 발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인천시내는 '용광로' 문학경기장과 가장 인접한 곳에 위치한 월드컵 문학플라자와 도심공원에는 오전부터 축구팬들이 몰렸다. 꽹과리와 북을 치는가 하면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붉은 물결로 16강 기로에선 태극전사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있다. 경기장 주변 곳곳에는 인천시내 초.중.고교 학생들이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현수막 165개가 내걸려 한층 고조된 월드컵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GO KOREA, 16강을 넘어 8강까지', '2002 FIFA 월드컵 TM(트레이드 마크) 한국축구 역사 새로 쓰여진다', '인천이 낳은 태극전사 이천수, 김남일, 최태욱 짱입니다' . 길거리 응원장도 '붉은악마'를 상징하는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시민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부터는 전국에서 올라온 붉은악마 3천300여명이 인천 농산물도매시장에서 문학경기장 정문까지 1㎞가량을 '한국 파이팅'을 연호하며 행진한다. 문학플라자를 비롯한 연수구 문화공원과 월미도 문화의 거리, 시청광장, 부평공원, 문화예술회관 야외광장, 강화군 문예회관 광장 등 6곳에서는 6만여명의 시민들이대형 전광판을 통해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응원하게 된다. 국가대표 이천수, 김남일, 최태욱선수를 배출한 인천 부평고 운동장에서는 재학생과 동문들이 함께 어울려 대형 평면TV를 보며, 열띤 응원전을 벌인다. 인천시는 이날 오후 경기전 문학경기장 개찰구 앞과 임시주차장에서 입장권 소지자중 붉은티 미착용자를 대상으로 2만5천장의 티-셔츠를 나눠주며 필승 분위기를 전달해준다. 종합문화예술회관 일대 호프집이나 인하대학교 앞 주점마다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한국팀이 16강에 진출할 경우 할인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인천 남동구소재 삼성안과도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되면, 라식수술을 받는 환자를 대상으로 다음달 2일 추첨을 통해 수술환자 16명에게 수술비의 절반을 돌려준다. ◇ 인천은 '올-스톱' 경기가 시작되는 이날 저녁 8시 30분부터 2시간동안 인천시내 곳곳에서 시내버스나 택시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듯 싶다. 운전기사들도 손님이 없는데다 능률마저 떨어질 것을 우려해 아예 시내 곳곳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을 통한 길거리 응원전에 동참하기 때문이다. 박모(41. K택시 운전기사)씨는 "전 국민이 이목이 집중된 경기에 예외일 순 없다"며 "경기전까지 부지런히 일한뒤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곳에서 한국팀을 위해 목청을 돋울 것"이라고 말했다. 22일째 파업집회를 벌이고 있는 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 인천지부소속 노조원들도 이날 만큼은 파업을 접은 채 인천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보며 '오!필승 코리아'대열에 합류한다. 고입. 대입학원 대부분도 "태극전사들을 응원해야 한다"는 수강생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저녁 강의는 않기로 했다. ◇ 교통 및 안전 '이상 無' 인천지방경찰청은 16강 진출을 향한 역사의 현장에 있고자 전국에서 축구팬 15만명이 인천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11일 프랑스-덴마크전 직후 한국과 포르투갈 현지 판매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 문학경기장 주변에는 한때 500여개의 텐트를 치며 야영을 한 축구광들로 캠핑촌을 방불케 하기도 했다. 월드컵조직위는 혼잡에 따른 안전사고를 우려, 13일 오전 이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준 뒤 이날 오전 8시부터 현장판매를 하기도 했다. 경기장과 임시주차장 연결 셔틀버스 운행, 지하철 및 시외버스.고속버스 운행시간 연장 등 만반의 준비도 갖췄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전 경찰에 비상령을 내리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경기장 내.외곽에는 훌리건 전담부대 360명과 경찰특공대 33명 등 모두 3천200여명의 경비병력이 배치됐다. 서울경찰청으로부터도 2천700명을 지원받아 시내 혼잡지역 경비를 맡기기로 했으며 상황을 지켜보며 추가 병력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인천=연합뉴스) 김명균기자 km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