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6강 진출로 한국축구사를 새로 쓴 명장 히딩크 감독은 역시 주도 면밀했다. 포르투갈과의 대결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대전에서 폴란드가 미국을 전반 초반부터 밀어붙어 2-0으로 앞서고 있었지만 히딩크 감독은 철저하게 선수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반드시 이겨야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무장된 태극전사들은 시종 포르투갈을 압박했고 선수 1명이 퇴장당한 포르투갈은 힘든 경기를 해야 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전반이 끝나자 주장 홍명보와 유상철에게는 폴란드-미국경기 상황을 설명해줬다.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는 두 선수가 모든 상황을 파악하면서 경기를 노련하게 리드하라는 주문이었다. 유상철 선수는 경기가 끝난 뒤 "팀내 고참인 명보형과 저에게 감독이 설명한 뜻을 잘 알고 있었다"면서 감독의 깊은 뜻을 되새겼다. 송종국 선수도 "1골을 넣은 뒤에야 폴란드가 미국을 크게 이기고 있다는 걸 알았다"고 실토했다. 결국 선수들은 비겨도 16강에 오를 수있는 상황에서 포르투갈을 압박했고 결국1-0으로 꺾었다.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됐던 강팀 포르투갈이 무너진 것이다. 비기기만 하면 조2위로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포르투갈로서는 히딩크 감독의 `침묵'이 비수로 작용한 셈이다. (인천=연합뉴스)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