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이웃'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축구의신기원을 열었다. 월드컵 공동개최국인 한국은 14일 포르투갈의 마지막 D조 예선 최종전에서 박지성의 천금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 조 1위로 사상 첫 16강의 단맛을 맛봤고 이에 앞서 일본도 튀니지를 2-0으로 제압해 H조 수위를 지켰다. 이로써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 축구사상 처음으로 두 나라가 동시에 16강이 겨루는 2회전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비록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와 처녀 출전한 중국이 이번 대회에서 단한골도 넣지 못한채 패퇴했지만 한.일 두나라가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곧추세운 셈이다. 한국과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공교롭게도 나란히 2승1무, 승점 7을 기록했다. 한국이 터트린 골은 4개, 빼앗긴 골은 1개였고 일본은 5득점, 2실점을 기록해통계면에서도 유럽과 남미의 축구 강호에 맞먹는 실력을 과시했다. 더욱이 상대국이 유로 2000 4강에 진출했던 명실상부한 우승후보 포르투갈과 시드니올림픽 4위팀 미국, 유럽 전통의 강호 벨기에, 지역예선을 1위로 통과한 러시아등 하나같이 쟁쟁한 멤버였던 점을 감안하면 두 나라의 결실은 소중하기만 하다. 불과 4년전 '98프랑스월드컵에서 동반 진출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고개숙여 그라운드를 떠나던 모습과는 완전히 상반된 결과.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94년 월드컵때 66년(잉글랜드대회) 북한에 이어 아시아축구사상 28년만에 2회전 진출에 성공, 중동이 맹주로서 성가를 높였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1차전 독일에 0-8, 카메룬에 0-1, 아일랜드에 0-3으로 무너져 자존심을 구길대로 구겼다. 또 13억 축구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처녀 출전한 중국도 단 한골도 못넣고 9골을 브라질, 터키, 코스타리카에 헌납, 세계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이제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의 탈락 아픔은 한국과 일본의 16강전 진출로 희석됐다. 30억 아시아인의 자존심과 응원을 가슴에 품고 한국과 일본, 두나라의 축구전사들이 결승토너먼트에서 땀과 피를 그라운드에 쏟아부을 순간만 남았다. (서울=연합뉴스) yk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