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이렇게 좋을 수가 있을까. 이렇게 우리의 태국전사들이 자랑스러울 수 있을까. 월드컵 도전 반세기만에 우리의 숙원이었던 16강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 부산과함께 한국 축구의 새로운 성지가 된 인천문학경기장은 승리의 환희로 물결쳤다. 서울 세종로와 대학로에서, 부산에서, 대구에서, 광주에서, 아니 전국의 거리거리 집집마다 4천700만이 하나되어 기쁨의 함성을 마음껏 발산했다. 14일 인천문학경기장에서 포르투갈을 맞은 태극전사들은 강철같은 강인함으로똘똘뭉쳐 자신감과 정신력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국민은 태극전사들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으나 세계는 FIFA랭킹 5위인 포르투갈이 40위인 한국을 무난히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인 앙헬 산체스 주심의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는 순간 그같은예상은 착오였음이 드러났다. 포트투갈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중 하나라는 루이스 피구와 스트라이커 파울레타, 오른쪽 날개 콘세이상은 김남일, 송종국, 이영표 등 두터한 미드필드에 막혀 어디 있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한국은 대들보 홍명보가 이끄는 믿음직한 수비를 발판으로 좌우 날개로 설기현.박지성을, 중앙공격수로 안정환을 내세워 초반부터 공세적으로 나왔다. 당초 포백 수비로 상대 공격을 막겠다던 거스 히딩크 감독의 구상과는 다른 스리백의 3-4-3 전략. 전반 3분 이영표의 중거리슛으로 포문을 연 한국은 19분 유상철이 다시 강한 위협 사격으로 상대 수비진의 행동 반경을 제한했다. 양 팀은 공격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미드필드 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26분 포르투갈의 플레이메이커인 주앙 핀투가 박지성을 신경질적으로 백태클하며레드카드를 받고 퇴장했다. 이제 11명과 10명이 싸움. 페이스는 한국쪽으로 기울었다. 같은 시간 대전에서 벌어진 폴란드-미국전에서는 폴란드가 1,2차전의 졸전을 분풀이라도 하듯 5분사이 2골을 터뜨려 2-0으로 미국을 앞서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패하더라도 2골차 이상으로 지지않으면 16강 진출이 되는 낭보였다. 자신감을 가진 한국은 후반들어 더욱 적극적인 공세로 나섰고 1분에는 설기현,4분에는 유상철이 잇따라 위협적인 헤딩슛을 날렸다. 10명뿐인 포르투갈도 '지면 끝장'이라는 위기감에서 배수진을 치고 맞받아치기로 나와 후반 16분 오른쪽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파울레타가 문전에서 백헤딩, 골문으로 빨려드는가 싶었으나 유상철이 걷어내 위기를 모면했다. 위기뒤에는 기회가 찾아오는 법. 후반 20분 베투가 포르투갈 오른쪽 진영을 돌파하던 이영표에게 깊은 태클을 걸어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승리의 여신은 한국쪽에 미소를 보냈다. 숫적으로 2명이나 많은 한국은 설기현과 박지성의 측면 공격이 불을 뿜었고 26분 상대진영 오른쪽을 파고들던 이영표가 길게 크로스센터링한 볼을 골문 오른쪽에있던 박지성이 받아 가볍게 차올려 바로 앞의 콘세이상을 젖힌뒤 강한 왼발슛을 날렸고 골네트는 힘차게 출렁였다. 그라운드는 온통 기쁨의 함성으로 떠나갈듯했고 전국의 집과 거리에서는 붉은물결이 해일처럼 일었다. 온 국민이 해방이후 처음 맛보는 기쁨에 들떠 몸부림쳤다. 월드컵 도전 48년만에 월드컵 결승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엄청난 쾌거를 이루는순간이었다. 그것도 2승1무(승점7) 조 수위로 당당하게 16강에 올라 더욱 뜻있었다. 같은 시간 폴란드에 1-3으로 져 탈락 위기에 몰렸던 미국까지 `사지'에서 구해냈다. 포르투갈도 2명이 퇴장당한 상황에서 끝까지 사력을 다해 뛰었으나 후반 43분콘세이상이 문전에서 날린 결정적 슈팅이 골포스트를 때리고 퉁겨나왔고 인저리타임에 다시 콘세이상이 골키퍼와 1대 1로 맞선 상황에서 때린 슈팅이 제대로 맞지 않으면서 무위에 그쳤다.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우리 선수들은 땀에 범벅이 된 채로 서로 얼싸안았고 세계적인 미드필더 피구는 고개를 떨구며 주저앉았다. 안토니우 올리베이라 포르투갈 감독은 쓸쓸하게 경기장을 걸어나갔고 히딩크 감독은 주먹을 하늘로 쳐올리며 포효했다. 한국 축구 역사를 새로 쓰는 감격적인 순간은 오래도록 계속됐다. (인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