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의 변방으로 여겨지던 미국 축구가 8년만에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94년 자국에서 열린 대회에서의 영광을 재현했다. 폴란드와의 최종전에서 1-3으로 덜미를 잡혀 한국이 포르투갈을 꺾은 덕에 가까스로 결승토너먼트에 합류한 것이지만 미국이 포르투갈과 한국을 상대로 보여준 전력은 놀랄만한 수준이었다. 8년전에는 개최국으로서 이런저런 유리한 점이 없지 않았고 조3위(1승1무1패)로와일드카드를 잡아 겨우 16강에 턱걸이 했기 때문에 적지에서 일궈낸 이번 대회에서의 결승 토너먼트 진출은 미국 축구사에 이정표가 됐다. 특히 지난 98년 프랑스 대회에서 3전전패로 본선 진출 32개국 중 최하위에 머물렀던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4년전 참패 뒤 영입한 브루스 어리나 감독의 지휘 아래 빠르게 충격에서벗어나 차근차근 이번 대회를 준비해온 과정을 살펴보면 그리 놀랄 일이 아니라는평가다. 어리나 감독이 부임 후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자유분방한 선수들의 스타일을 그대로 인정하고 오히려 이를 팀의 강점으로 만든 것. 이번 대회에서도 하루 한차례 오전 훈련만 하고 오후는 자유 시간을 주는 미국의 훈련 방식은 다른 팀과 비교하면 파격에 가까웠지만 프로 의식이 몸에 밴 선수들은 `쉴 때는 쉬고 할 때는 한다'며 이 시간을 나름대로 값지게 활용했다. 또한 선수들의 개인사 하나 하나까지도 챙길만큼 세심한 덕장 스타일인 어리나감독을 선수들도 믿고 따르면서 조직력도 몰라보게 탄탄해졌다. 지난 98년 대회에서는 일부 선수가 감독의 기용에 불만을 토로해 조직력에 균열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벤치에만 앉아있었던 클린트 매시스나 골키퍼 주전 경쟁에서 밀린 케시 켈러도 감독의 뜻에 순응했다. 이와 함께 미국축구연맹이 지난 97년부터 프로축구리그(MLS)와 연계해 추진해온 고교 유망주 발굴 사업인 `프로젝트-40'이 정착하면서 `비인기 종목' 축구가 든든한 선수 수급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장 배경이다. 이 사업은 고교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를 곧바로 MLS 팀과 계약하게 하는 것으로서 이들만 따로 유럽으로 전지훈련을 보내는 등 체계적으로 관리해 MLS에는 원할한 선수 공급을, 그리고 어린 선수들에게는 높은 수준의 실전 경험을 쌓게 했다. 폭발적인 스피드로 골문을 휘젓는 다마커스 비즐리와 스트라이커 조시 울프가이 프로젝트를 통해 국가대표로까지 성장한 사례다. 이러한 준비를 바탕으로 미국은 올해 9승1무4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면서 지난해까지 20위권을 맴돌던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를 13위로 끌어올렸지만 `축구후진국'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순위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하던게 사실이었다. 당초 목표로 한 16강 잔출을 달성한 미국이 `축구 강국'으로 탈바꿈하기 위한도전은 이제부터가 시작일지도 모른다. (대전=연합뉴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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