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의 삼바축구와 비긴다는 게 처음부터 무리한 욕심이었나. 북중미의 자존심 코스타리카가 브라질의 벽에 부딪혀 16강 문턱에서 통곡하고 말았다. 본선에 처음 출전한 브라질출신 알렉산데르 기마라에스 감독의 '90이탈리아월드컵 16강신화를 재현하려던 꿈은 `저승사자' 브라질의 손에 이끌려 낭떠러지로 직행했다. 북미 지역예선에서 멕시코와 미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온 코스타리카는 그동안 중남미 특유의 개인기에 유럽형 조직력, 제3세계 특유의 결속력을 결합시킨 퓨전축구의 실험으로 주목돼 왔다. 그러나 13일 브라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쳐 보이지못한 채 `지키기'에 급급하다 주저앉았다. 비겨도 16강행이라는 생각 탓인지 수비진에 5명을 포진시킨 기마라에스 감독의 전술은 경기 시작 13분만에 2골을 내주자 곧바로 와해됐다. 돌아온 골잡이 호나우두의 돌파 앞에 2-3명의 에워싸기식 수비는 통하지 않았다.숫자만 많은 수비벽은 전반 10분 루이스 마린의 자책골처럼 되레 부작용만 낳고 말았다. 간판스타 파울로 완초페의 만회골로 불씨를 살리고 후반 11분 로날드 고메스의 통렬한 다이빙 헤딩슛이 꽂히자 코스타리카 응원석의 `카리브판 붉은 악마'들은 소고(少鼓)를 요란하게 두드려대며 지옥에서 천당으로 승천하는 분위기를 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후반 18분 히바우두의 왼발 한 방에 코스타리카는 더이상 일어날 힘도 의지도 잃어 버렸다. 1분만에 터진 주니오르의 연속골은 좌절을 확인하는 골이 됐다. 기마라에스 감독은 완초페의 짝 롤란도 폰세카와 `조커' 윈스턴 파크스를 후반 20분 이후 잇따라 교체 투입, 대반전을 노려보기도 했으나 시계를 돌리기에는 너무늦고 말았다. 90년 유럽의 강호 스웨덴, 스코틀랜드를 연파하고 16강에 오른 이후 12년만에 다시 시도한 코스타리카의 재도전은 같은 시간 터키의 중국전 3-0 완승과 함께 물거품이 됐다. 특히 북유럽과 더불어 이번 대회 최대 돌풍을 이어오던 북중미의 상승세도 한풀꺾였다. 코스타리카와 미국, 멕시코는 이 경기 전까지 4승2무를 기록했으나 코스타리카가 첫 패배와 함께 16강에 탈락했고 미국과 멕시코도 유리한 고지에 있긴 하지만 16강행을 자신할 수 없는 형편이다. (수원=연합뉴스) oakchul@yna.co.kr